김초엽,『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속 우주의 일상성이 부여하는 초월적 공감 속으로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예로부터 밤하늘의 노란 빛구멍은 달님이다. 예사롭게 머리 위로 빛을 쏟아내는 달을 우리는 가만히 두지 못하고 예사롭지 못한 숭배로 떠받든다. 달은 숭배의 대상이며, 그리움의 상징이다. 이는 달이 멀디 멀으며, 높디높은 까닭이다. 동시에 달은 멀디 멈에도 우리의 발밑을 비추고, 우리의 소원을 빌어주는 까닭이다. 우리는 멀고도 먼 존재가, 멀고도 먼 까닭에 감성을 부여한다. 감히, 그리고 쉽게 그리워할 수 있는 존재는 그런 곳에 있다.
그래, 우주는 그런 곳이다. 두렵고도 일상적이다. 오늘도 우주는 우리의 머리맡에 떠있다.
SF는 우주를 그대로 닮았다. “아빠가 어제 화성으로 출장을 떠났다”와 같이, 일상적으로 시작하는 두려운 존재들. 우리는 정말로 금성과 화성에서 왔을지도 모른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대입이 SF에서 이루어진다.
김초엽 작가의 우주는 어떠한가? 빛의 속도를 운운하는 어여쁜 색의 책에서는 먼 땅의 향기가 난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먼 공간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것은 의외로 익숙한 존재이다.
공간상의 물리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첫 번째 수록작품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이다. 제목에서부터 풍겨오는 질문은 김초엽 작가가 그려내는 우주에 대한 질문이다. 작품 속에는 상반되면서도 비슷한 두 개의 공간이 나온다. 한 쪽은 개조인과 비개조인의 분리주의가 팽배한 계급사회이고, 다른 한 쪽은 서로를 절대 배제하지 않는 무(無)갈등의 사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두 세계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근본적으로 의도된 세계라는 점이다. 두 세계는 공통적으로 인간배아 디자인을 통해 결정된 사회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 쪽에게는 끝없는 갈등을, 다른 한 쪽에게는 끝없는 행복을 선사했다. 이렇게 두 세계는 근원 상의 공통점으로 인해 연결된다. “우리는 행복하지만, 이 행복의 근원을 모른다는 것(19쪽)” 때문이다.
우주로의 여정을 더 이야기하려면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서술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나열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의 구조와 흡사하다.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가윤은 머나먼 우주로의 여정 전, 과거 선발된 재경 이모에 대한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된다. 재경 이모는 쉽지 않은 인생 중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로 선발되지만, 끝내 우주가 아닌 바다로 뛰어든다. 극비를 알아내며 가윤은 놀라지만, 이내 그녀와 똑같은 절차를 밟아나가며 별다른 노력 없이도 그녀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재경 이모의 여정은 우주가 아닌 지구에 있었다. 수많은 관심과 멸시, 존경과 편견이야말로 재경 이모가 우주비행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재경에게도 결국 터널 너머의 우주는 “저쪽 우주와 별다를 바도 없었다(318쪽).”
두 작품은 비슷한 점이 많다. 아마 이 책이 이야기하려는 우주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우주는 어떠한가? 머나 멀고, 높디높은 곳은 남다른가?
이들에게 우주는, 오히려 불완전한 공간이다. 먼 과거 지구를 뱉어낸 우주는, 지구의 불완전함을 빼닮았다. 우주는 지구 안에 있기에, 순례자들은 돌아가지 않고, 재경 이모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오늘까지도 우리가 가진 ‘공간에 대한 환상’을 깬다. 김초엽 작가의 세계에서 우주와 지구는 평행세계이다. 우주는 낭만적이지 않다. 우주는 ‘일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