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8. 히가시노 게이고 '편지'

엄마고래 숨쉬기(220920)

by 해이나

키티야~ 오늘은~ 아무데도 안갔어~^^

오늘은 집안일이 너무 많았어. 청소하고 빨래하고 부추랑 쪽파 다듬고 민어다듬고 오징어다듬고 새우다듬고. 그래서 민어탕 끓이고, 김치해물전 반죽해서 몇 개 부치고, 오징어 때문에 비린내 나는 싱크대랑 도마랑 칼 소독하고.

그래서 저녁 즈음, 둘째 학원 가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했어. 일단 도서관에가서 책 반납하고 빌렸어.

자 이제 어디를 갈까? 오늘은... 좀 피곤하다. 조용히 책 읽고 싶네...

그래서!!! 내가 몇 번 이야기 했던! 고대병원의 스타벅스에 갔어. 거기 정원이 책 읽기 너무 좋거든. 간만에 스타벅스에 혼자 가니까 기분이 좋네. 생일 선물로 받은 쿠폰을 여태 다 못 썼는데, 기분이다! 오늘은 나한테 케이크도 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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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치즈 케이크를 앞에 놓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어.




나는 형을 용서했지만, 사회는 그런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

살인자를 가족으로 두었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가족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을 그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편지』. 두 번의 뮤지컬화, 연극화가 되었으며 최근에는 일본 인기 탤런트 카메나시 카즈야 주연으로 드라마화되는 등 몇 차례나 영상화, 무대화된 수작으로, 국내에서 출간된 지 약 10년 만에 리커버 에디션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세상에 의지할 것이라고는 서로밖에 없는 형제가 있었다. 형은 막일을 하며 동생을 뒷바라지했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살인범이 되고 만다. 교도소에서 착실히 생활하며 동생에게 매달 편지를 보내오는 형. 형의 편지는 자신의 과오에 대한 뉘우침과 피해자에 대한 속죄, 동생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이 새겨진 동생의 삶에서 그 편지는 늘 걸림돌이 되는데……. <출처: 교보문고>


이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며, 아름다운 기적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책은 아니야. 읽는 내내 살인자의 동생이 받아야하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마음이 불편하고 화가 나지.


살인자의 동생은 우수한 성적에도 대학을 진학할 수 없었고, 면접을 보는 회사에서 편견 어린 시선을 받아 합격할 수 없었고, 살인자 형의 존재를 숨기고 취직한 회사에서는 형의 존재가 밝혀지는 순간 쫓겨나야했고, 사랑하는 여자를 놓아보내야했고, 긴 어려움 끝에 얻은 소중한 딸이 어른들과 친구들에게 소외당하는 것을 보게 되었어.

이 정도 되면 교도소에 있는 형과 연락을 끊는게 맞다 싶은데, 책 속의 인물들은 형과 인연을 끊는게 맞는 일이 아니라며 형의 처지와 마음을 헤아리기를 촉구해. 주인공은 다시 한 번 형의 입장을 헤아려 보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런 그를 점점 힘들게 만들고,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져갔어.

나 같으면 당장에 형과 인연을 끊을 거고, 나를 부당하게 대접하는 사회의 부조리함에 원망과 불평을 늘어 놓을 텐데, 이 책의 여러 등장 인물은 과연 그것이 옳은지, 주인공이 받는 부당한 대우가 당연한 것이 아닌지 질문을 던지지. 그러면서 주인공의 처지는 전혀 헤아려주지 않아.

책의 뒷편에서 옮긴이 권일영님은 이렇게 쓰셨어.

히사시노 게이고는 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그들에게 동정을 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인공이 근무하는 회사 사장의 입을 빌려 '차별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합니다.

<중략>

흔히 범죄를 저지르고 재판을 받아 형을 살면 '죗값을 치렀다.'고 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과연 그것이 정당한 죗값을 치른 것이냐고 묻고있는 듯합니다. 어떻게 해야 죗값을 치른 셈이 되는지, 작가 자신도 모르는 것입니다.


잡다한 생각들

나의 가족이 살인을 당했다면, 살인자의 가족에 대해서 어떤 마음이 들까.

살인 당한 가족의 아픔을 살인자의 가족들도 겪기를 바라겠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으니, 당신들도 똑같이 당해보라 생각이 들 수 있겠지. 그러면 나도 책 속의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인가?

내가 살인자의 가족이 된다면, 나에게 쏟아지는 사회의 편견과 비난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게 될까.

주인공처럼 화가 나겠지. 내가 한 일이 아닌데 왜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져야 하는 거냐고 따지고 싶겠지. 왜 형은 쓸데없는 짓을 해서 형의 인생과 나의 인생까지 시궁창에 집어 넣는 거냐고 따지고 싶겠지.



나는 살인자와 그 가족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같은 피를 가지고 같은 배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같은 사람인건 아니잖아. 처벌은 살인자에게만. 단, 그 사람이 죗값을 정말 제대로 받도록.


그렇다면 죗값은 누가 정하는 건지가 또 화두가 되겠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법의 처벌이 합당안가? 법이 채우지 못하는 억울함을 사회가 편견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인가? 더 나아가 전쟁의 정당성으로 발생하는 사망자 가족의 슬픔과 억울함은?


온갖 생각으로 마음이 괴로워지네. 바로 이게 저자가 원했던 결과는 아닐까. 우리가 갈등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려는건 아닐까 싶어.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 고민해보기를 바라는.




키티야~ 많은 생각이 지나가고 더 있다가고 싶은데 갑자기 너무 춥네. 이제 집에 가야할 것 같아. 날씨를 찾아보니 어제보다 8도가 낮아졌다고 해. 이럴 줄 알았으면 겉옷을 하나 가져오는 건데.


오늘은 걷기를 적게 한 대신 타바타를 1시간 했어. 내일은 걷기를 꼭 하려고 해. 멋진 책을 읽고 마음이 어지러웠던, 아니, 마음이 어지럽지만 의미있는 책을 읽어 만족감이 느껴지는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오늘의 걸음: 3500보

읽은 책: 히사시노 게이고 '편지'. 호메로스 '일리아스'

운동: 타바타 1시간 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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