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

by 해이나

어느덧 45세가 되었습니다.

거울을 보면 주름부터 보이고

살은 안쪄도 배는 나오네요


마음이 좀 더 넉넉해지고

주위의 잔소리를 덜 들으니 좋네요

굽 높은 구두보다는 운동화가

깔끔한 정장보다는 편안한 생활복이 좋습니다


내가 다시 20살이 된다면 어떨까

지금과는 다른 더 멋지고 설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어느 졸린 나른한 오후에 꿈꾸듯 생각합니다.


갑자기 환한 빛에 감싸인 푸른 옷의 요정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다네요

주름보다 미소가 먼저 보이던 그 나이로

새로움 앞에 심장이 뛰던 그 나이로


다시 젊어진 나는 무엇을 할까 고민합니다

월화수목금 날마다 동아리방에 있고

9시 10시 11시 날마다 도서관에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가슴 떨리는 수줍음을 느끼고

나의 사랑, 학생들을 만나고

교단 앞에 섭니다


처음 만난 그의 손을 잡고

어려움을 함께 견디고

예쁜 딸들을 만납니다


낯선 듯 익숙한 하루하루

불현듯 깨닫습니다.


나는 어느 순간에도 같은 선택을 한다는 걸

그것은 나의 최선이었기에

고칠 것은 있어도 후회할 것은 없다는 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다시 돌린다해도

나의 생은 지금과 같을 거라는 걸


한 여름 밤의 꿈같은

한 번의 생을 더 살아보고 이제는

싱그러운 과거를 기웃거리기보다

사그라질 미래에 걸음을 내딛습니다.


우주 속 작은 먼지에 지나지 않지만

그 먼지에 작은 채색을 더하겠습니다.


오늘의 나이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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