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라는 짧은 유효기간 동안
오늘 아침 원했던 고요한 아침 독서는 실패했습니다.
대신 식탁 위에는 하얀 도화지가 펼쳐졌습니다. 그 위로 분홍색 하트와 '엄마', '아빠'처럼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그려졌습니다.
"엄마, 이건 뭐야?", "엄마, 색연필 좀 찾아줘", "엄마, 별은 어떻게 그려?"
쉼 없이 이어지는 질문들에 대답하며, 저는 이 정신없고도 귀여운 소란 옆에서 요즘 읽고 있는 책을 필사해 봅니다.
그리고 이 풍경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생각합니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시간보다, 아이들의 질문 속에 섞여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지금이 어쩌면 더 단단한 기록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말 내내 우리는 몇 번이나 이름을 불렸을까요.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고, 돌아서면 쌓이는 집안일을 해치우고, 나라는 존재를 챙길 틈도 없이 일요일 오후를 맞이합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저도 그랬습니다.
끊임없이 나만 찾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때로는 버거워 "조금만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불쑥 내뱉기도 했습니다.
나의 시간은 사라지고 오직 '엄마'라는 역할만 남은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아이들과 함께 했던 작은 체험장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그 억울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습니다.
고운 가루를 손끝으로 만지고 공중에 흩뿌리며
세상을 다 얻은 듯 짓던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
서툰 손길로 무언가를 빚어내고는 그걸 꼭 보여주고 싶어 나를 찾던 그 반짝이는 눈동자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이 작은 체험 하나에도
온 마음을 다해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아침부터 서둘러 아이들을 챙기고 운전대를 잡았던
나의 수고로움은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습니다.
그 수고로움의 끝에 마주한 것이
아이들의 무조건적인 신뢰와 사랑이었으니까요.
엄마를 이토록 간절히 찾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고 합니다. 길어야 10년 남짓한 그 유효기간 동안, 지금 이 아이들에게 세상의 중심은 오로지 나뿐입니다.
머지않아 초등학교에 가고 사춘기를 지나며
아이들은 점차 먼 곳을 바라보게 되겠지요.
나보다는 친구를, 집 안보다는 세상 밖의 풍경을 더 궁금해할 것입니다.
어쩌면 "엄마"라는 부름보다 문 닫히는 소리가 더 익숙해질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서운함이 앞서기 전에,
나를 향한 이 뜨거운 사랑을 온 마음으로 받아내 보려 합니다.
지겹게 느껴졌던 부름들이 사실은
"엄마, 나는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라는
가장 순수한 고백이었음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주말 내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뒷전으로 밀어두었던 당신,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아이의 입가에 묻은 얼룩을 닦아주고,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리해 주던 그 평범하고도 위대한 행위들은 절대 헛되지 않습니다.
당신이 보낸 그 수고로운 시간들이 모여
아이의 평생을 지탱할 단단한 뿌리가 될 테니까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머무는 이 계절이
부디 당신 스스로에게도 따뜻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저 자신과 여러분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우리의 주말은, 그 자체로 완벽한 사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