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당신이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

불안을 문장으로 길들이는 법

by 리치블라썸

엄마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건,

세상의 모든 걱정을 기꺼이 껴안아야 하는 숙명을 받아들이는 일 같습니다. 직장 일부터 아이들의 교육, 오늘 저녁 메뉴, 그리고 혹시 모를 안전사고까지. 고민은 순서를 기다려주지 않고 늘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옵니다. 나 하나만 지키면 됐던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는 가족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서 있기에 나의 안테나는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사실 진화학적으로 보면, 인간이 불안을 느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이라고 합니다. 아주 먼 옛날,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늘 주위를 살피고 작은 기척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야만 했습니다. 그 ‘불안해하는 유전자’ 덕분에 인류는 살아남았고,

그 유전자가 지금 내 안에도 흐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은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을 지키려고 내 몸이 아주 성실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본능적인 불안이 현실의 거대한 문제와 만날 때면, 마음은 한없이 무너지곤 합니다. 몇 년 전 지방에 투자한 아파트의 전세를 맞추어야 했을 때가 그랬습니다. 미분양이 넘치고 공급물량까지 쏟아지던 상황에서 전세가는 바닥을 쳤고, 그마저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억 단위의 자금을 마련할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막막함과 두려움에 압도당해 숨이 턱 막히던 그때,

저는 무너지기보다 종이를 펴고 내 안의 불안을 직접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늘 내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들쳐봤던 '데일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에서 소개했던, 불안 다스리는 법을 스스로에게 실험해 보기로 한 것이죠.

첫째, 내 안의 불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막연한 공포를 '한 달안에 전세 맞추기'이라는 실체 있는 문장으로 바꾸었습니다.

둘째,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해 보았습니다. 입주 지정 기간 내에 잔금을 치르지 못해 키 반출도 못 하고, 결국 등기조차 치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정면으로 응시했습니다. 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한 번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떨리던 마음이 차분해지며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셋째,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적고 행동했습니다. 가만히 앉아 걱정하는 대신 몸을 움직였습니다. 수십 군데의 부동산에 직접 전화를 돌리고 발품을 팔아 방문했습니다. 지역 카페와 당근마켓에도 직접 글을 올렸고, 소장님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현장의 온도를 살폈습니다. 불안해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제 매물을 세상에 노출하는 쪽을 택한 것이죠. 결국 저는 그 간절한 몸짓으로 기한 내에 전세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오늘 밤도 제 마음속에는 수많은 불안이 소용돌이칩니다. 하지만 이 감정들이 영원히 내 안에 머물지 않음을 압니다. 불안을 내쫓으려 애쓰기보다, 그저 “네가 또 나를 지키려고 애쓰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려 봅니다.

혹시 지금 이 밤, 이유 모를 불안으로 잠 못 이루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종이를 펴고 딱 세 가지만 적어보세요.

1. 불안은 뭐야?
2. 최악의 상황은?
3.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써보고 작은 일 하나라도 행동하는 순간, 불안이라는 이름의 소용돌이는 멈추고 당신의 밤은 비로소 평온해질 것입니다.


오늘 밤, 밀려오는 불안으로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저의 이 작은 방법이 닿아, 조금이나마 더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