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 흐르는 리치 플로우(Rich flow)
오늘 아침,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 하나가 저를 미소 짓게 합니다. 상자 안에는 어제 주문한 두 권의 책이 나란히 누워 있습니다.
제 인생의 결을 바꿔준 책 '역행자'의 저자인 자청 작가님이 쓴 '완벽한 원시인', 그리고 매일 아침 운동할 때마다 귀로 먼저 만나는 '하와이 대저택'님의 신간 '무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법'이라는 두 권의 책입니다. 아직 첫 장도 넘기지 않았건만, 책상 위에 놓인 책들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 한구석이 든든하게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책임'이라는 무게가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으면서부터 지독한 책 욕심이 생겼습니다. 나를 지키고, 우리 가족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했던 그때에, 제가 선택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바로 '독서'였습니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성공하고 싶다면 책을 읽으라"는 조언. "왜 다들 입이 아프게 독서를 외치는 걸까?"라는 의문은 뒤로한 채, 저는 그저 무작정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읽고, 기록하고, 그 기록들이 다시 내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신기하게도 책 한 권 한 권이 쌓여갈수록, 흐릿하던 제 목표들이 선명한 윤곽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는'이라고 막연하게 품고만 있던 꿈들이 '언제까지,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침마다 경제 신문을 펼치는 일과 땀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선택이 아닌 자동화된 루틴이 되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책이 제 일상의 결을 조용히 바꿔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독서가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성공'도, '루틴'도 아니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제가 얼마나 작고 서툰 존재인지를 정직하게 마주하게 된 것, 바로 '겸손'이었습니다.
한 권을 읽으면 열 권이 더 궁금해지고, 하나를 알면 모르는 것이 열 개씩 늘어났습니다. "나는 아직 이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구나." 그 사실이 부끄럽기보다는, 오히려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해 주었습니다. 오로지 나만 알았던 자기중심적인 시선은 조금씩 낮아졌고, 세상을 향한 날 선 마음은 조금 더 철든 어른의 여유로 바뀌어 갔습니다.
지금 저는 육아휴직 중입니다. 매달 들어오는 수입은 줄어들었고, 가끔은 통장 잔고를 보며 아이들 학원비, 생활비가 부족하진 않을까 걱정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책을 사는 돈만큼은 결코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소비가 아니라, 가장 확실한 미래를 향한 '투자'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 책장에 쌓인 책의 높이만큼 제 영혼의 크기도 자라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비록 통장의 숫자는 잠시 정체되어 있을지 몰라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제 삶에는 '리치 플로우(Rich Flow)'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저는 더 넓고 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읽고 싶은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으며 풍요로운 내일과 더 풍요로울 미래들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