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남아 있던 길, 그 길이 나를 다시 불렀다
한옥마을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그저 큰 사업이라고만 생각했다.
땅을 구입하고, 조합을 만들고,
회의를 열고, 서류를 들고 뛰어다니고…
겉에서 보이는 건 늘 그런 모습뿐이었다.
하지만 사실,
내 마음속에서 품어 온 꿈은 그런 외형이 아니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함께 "열매 맺는 마을’을 그려왔다.
하루 네 시간만 일하고,
좋아하는 일에 열두 시간을 쓰고,
밤에는 편안히 잠드는 삶.
나이 들어 서로 밥을 챙겨주고,
식사 당번을 나누며
사람답게 사는 곳.
그 마을은
우리 모두의 집이자,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용기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군과 도청 담당자들을 수없이 만나 서류를 설명하고,
조합원들과 회의를 반복하며
하루하루 마음을 다해 움직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내 꿈이 정말 현실로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 회의 자리에서
한 분이 서류를 읽고 조용히 말했다.
“이 사업은 꼭 필요합니다.
명품 한옥마을로 지정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특화사업도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잠시 멎는 것 같았다.
수많은 밤의 고민과 준비와 눈물…
그 모든 것이 한 줄의 희망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날 밤,
나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조용히 밖으로 걸어 나왔다.
새벽바람이라도 맞으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새벽에 혼자 걸어 나온 나를
누가 따라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조합 모임에 다라온 분이었는데,
우리는 말도 없이 해변을 나란히 걸었다.
달빛이 환해서
밤인데도 어둡지 않았고,
바다는 잠잠했지만
내 마음은 파도처럼 흔들렸다.
그분은
혼자 아들을 키워 온 이야기,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난 이야기,
이제는 몸이 버티지 않아
시골에 내려와 살고 싶지만
혼자는 용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여기 오니까… 사람이 다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할 일이 있을 것 같고…
참 이상하게도, 언니가 동생처럼 느껴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참 사람 마음은 묘하다고 느꼈다.
아직 이루지도 못한 꿈인데,
누군가에게는 벌써 또 하나의 희망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새벽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잠에서 벌떡 일어날 때가 있다.
내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덩어리가 있다.
빨리 완성하고 채우고 싶은 욕심,
그리고 아직도 남아 있는 아쉬움과 미련까지.
조금 답답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감사하다.
지금은 매장관리를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이어진 노동 속에서도
이 일은 내 삶을 지탱해 주었고,
내 머리를 쉬게 해 주었고,
내 존재를 다시 확인하게 해 주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제야 조금씩 글을 다시 펼쳐 보려 한다.
내가 살아낸 이야기가
누군가의 시작이 되길 바라며.
그리고 언젠가,
내가 살아낸 이야기가 나를 살리듯
이 글이, 어딘가 막힌 마음에 살짝 불어오는 바람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