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와 반복 사이에서 배우는 것
나는 결심을 잘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돌아오는 사람에 가깝다.
처음에는 부끄러웠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끈기가 부족한 사람에게 붙는 이름 같아서,
며칠 쓰다 접어둔 노트와
중간에서 끊긴 계획표를 보며
왜 나는 늘 여기서 멈출까,
스스로를 자주 자책했다.
뭔가를 시작하면
처음 며칠은
시간을 정하고,
순서를 만들고,
스스로에게 약속을 건다.
마치 머릿속 천장에
빌딩을 하나씩 세워 올리듯,
그렇게 짓고 또 허물며
수많은 밤을 지새운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면
날씨가 바뀌고,
일이 몰리고,
마음이 다른 쪽으로 기운다.
그렇게 결심은
조용히 멀어진다.
예전에는
그 지점을 실패라고 불렀다.
또 못 지켰다고,
또 흐트러졌다고.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작심삼일이 끝나는 자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잠시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자리라면
그건 포기가 아니라
반복에 가까운 게 아닐까.
돌아보면
내 삶에서 오래 남은 것들은
한 번에 이어진 적이 없었다.
자꾸 멈췄고,
자주 놓쳤고,
그때마다
다시 돌아왔다.
걷는 일도 그랬고,
글을 쓰는 일도 그랬다.
관계도,
하루를 대하는 태도도
언제나 중간중간 비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완전히 놓아버린 적은 없었다.
작심삼일이 돌아온다는 건
아직 마음 한쪽에
그 자리가 남아 있다는 뜻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결심이 멈추는 순간을
조금 다르게 본다.
끝이 아니라
숨을 고르는 지점처럼.
오늘도 다시 돌아온다.
어제보다는 조금 느슨하게,
처음보다는 덜 긴장한 얼굴로.
작심삼일은
지켜내는 사람이 아니라
돌아오는 사람의 몫이라는 걸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