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이 남긴, 여전한 하루의 감각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늘 하던 대로 잠깐 멈춰 선다.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크게 계획을 세우는 시간은 아니다.
그저 오늘 하루를 건널 힘이
어디서 올지 가만히 살펴보는 정도다.
그날 아침에도
짧은 문장 하나가 마음에 남았다.
오늘은 아래부터 살피라는 뜻처럼.
출근길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바람은 차가웠다.
차가웠지만,
출근 전 남편과 함께한
스무 분 남짓의 아침 산책은
내게 작심삼일이 보듬고 온
꽤 큰 열매였다.
그래서 나도
그 사이를 지나며
괜히 서두르지 않으려 애썼다.
어제 넘어졌던 행거가
문득 떠올랐다.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다리 하나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던 순간.
그날 이후로
나는 바람보다
아래를 먼저 본다.
무엇이 나를 지탱하고 있는지,
어디가 조금 느슨해졌는지를
조용히 살핀다.
하루를 잘 산다는 건
대단한 결심을 끝까지 지키는 일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도록
하나씩 보듬어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한 문장을 등에 지고
여전한 하루를 걷는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
넘어져도
다시 설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