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조급함이 남긴 방향과, 내려놓으라는 말 앞에서

by 이연

2026.1.3

어제 한의원에 갔다.
추나요법을 받았다.

왼쪽 경추가 틀어져 있고,
그 영향으로 왼쪽에 있는 비장이 약해졌다고 했다.
발목 아래로 발이 차고 저린 느낌,
식후에 느끼는 혈당의 출렁임까지
모두 그 흐름에서 왔다고 했다.

원장님은
목을 잡아주고,
비장을 오래 문질러주었다.

그 순간부터
차갑게 굳어 있던 발목 아래가
천천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이 되자
몸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이런 말을 했다.
“조급함이 있어요.”
그리고 잠시 멈춘 뒤
“이제는 좀 내려놓으세요.”

몸 이야기를 하러 갔는데
마음 이야기를 듣고 돌아왔다.

생각해보면
나는 글을 쓰면서
조급함을 내려놓으려고
나름대로 애를 써왔다.
결과를 앞당기지 않으려고,
속도를 늦추려고
문장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글에는
조금 느려진 내가 보인다.
버티기보다
기다리는 쪽으로 기운 마음도 보인다.

그런데 몸은
아직 예전의 방식을 놓지 못했나 보다.
왼쪽 골반 근육이 약해졌다는 말이
그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었다.

아마도
글은 이미 먼저 내려놓았고,
몸이 이제야
그 속도를 따라오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몸이 따라올 시간을
조금 더 의식적으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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