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빨간 공중전화

외롭지 않아요.

by 손성일

zz zzz

시골 조그만 xx슈퍼 앞, 공중전화가 쿨쿨 잠을 자요.

“오늘도 아무도 찾지 않았나 봐!”

별들은 온종일 외로움에 녹초가 되어 잠자는 공중전화가 안쓰러워요.

몇 안 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조그마한 논농사를 하는 한적하고 공기 맑은 마을에서 공중전화는 하루하루를 할 일 없이 외롭게 보내요.

‘이제 나는 필요 없나 봐.’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를 보며 공중전화는 한숨 쉬었어요.

몇십 년 전만 해도 늘씬하고 예쁜 여자가 자신의 입술에 바짝 대고 전화를 해대어 얼굴이 화끈거렸던 적이 다반사였어요. 공중전화는 외로움에 가슴이 아플 땐 화끈거렸던 기억을 떠올려요. 그러면 아픔이 사라져요.

햇살 자명종이 세상을 깨워요.

“단풍나무야 안녕!”

공중전화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인사했어요.

“공중전화야 안녕! 그런데 왜 그리 우울하니?”

단풍나무가 걱정스레 물어요.

“오늘도 아무도 찾아주지 않을까 봐 무서워!”

공중전화의 대답에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니까.”

단풍나무가 한숨 쉬며 대답해요.

공중전화는 휴대전화가 미워졌어요. 휴대전화가 태어나면서부터 점점 사람들로부터 잊혔어요. 나만 사랑하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휴대전화의 편리함에 찾지 않아요. 공중전화는 뜨거운 여름도 견뎌냈어요. 비바람이 몰아치는 장마도 견뎌냈어요. 그러나 가을이 오고 나이가 드니 외로워졌어요. 뜨거운 여름과 장마는 견뎌낼 수 있지만, 외로움은 견뎌내지 못하겠어요. 공중전화는 움직일 수 있다면 세상 구경을 하고 싶었어요.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입술을 통해 얘기한다면 힘이 날 것 같았어요.

가게 주인 할아버지가 마루에 앉아 혼잣말해요.

“점점 사람이 떠나네. 나도 도시로 가야겠어.”

그러며 푸우! 한숨 쉬어요.

요즘 아들이 사준 휴대전화로 아들과 자주 얘길 해요.

“아버지! 몸도 안 좋은데 저희랑 살아요! 손자 재롱이나 보시고요! 아내도 그러자고 해요.”

그렇지만, 마을에 정이 듬뿍 들어서 떠나기 쉽지 않아요.

휴대전화는 편리하고 유용한 기능이 많아요. 그중 혼자 있는 할아버지에게 갑작스러운 위기가 오면 버튼 한 번으로 도와줄 사람이 오는 앱은 꼭 필요하지요. 그리고 요즘 기억도 자주 잊어요.

할아버지가 흐릿한 눈으로 공중전화를 보자 공중전화의 눈에 눈물이 고였어요. 할아버지도 아쉬운가 봐요.

“예전엔 사람들이 공중전화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러며 추억을 떠올려요.

선남선녀의 사랑을 이어주고 자식과 부모의 정도 확인시켜 주며 출장 온 사업가와 직원을 도와 대한민국을 부유하게 하는 데 일조했죠. 또 민주주의 투사를 감춰주어서 민주화를 이루는 데도 역할했죠. 그 외 수많은 활약을 할아버지는 보았죠.

공중전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살림이 좋아져 가는 세상을 보며 나를 찾는 사람도 많아질 줄 알았어요. 그러나 사람들은 점점 편리한 전화를 만들어 사용했죠.

“이럴 줄 알았으면 가난했던 시절이 좋았다!”

공중전화는 풍족한 세상을 원망했어요.


여행하던 바람이 단풍나무 그늘에서 쉬어요.

‘바람은 여행을 할 수 있어 좋겠다.’

공중전화는 부러워해요.

“바람아! 내 소원 들어줄래?”

공중전화가 간절한 눈으로 부탁해요.

“무슨 소원이야?”

바람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갤 돌리자 공중전화는 사연을 얘기해요.

“나도 부탁할게.”

단풍나무도 부탁했어요.

“좋아! 네 사연을 곳곳으로 전해줄게. 삐까삐까 뽕!”

바람이 주문을 말하자 공중전화의 사연이 적힌 편지들이 나타났어요.

“고마워!”

공중전화는 기뻐했어요.

“갈게! 좋은 소식 들고 왔으면 좋겠다!”

바람은 그리 말한 후 쌩~ 하늘로 날아갔어요.


며칠 후, 바람이 공중전화에게 왔어요.

비둘기가 친구가 되겠다고 했어요. 다람쥐도 친구가 되겠다고 했어요. 청설모도 친구가 되겠다고 했어요. 수많은 친구가 동참하겠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어요.

“바람아! 고마워!”

공중전화가 인사해요.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나도 기뻐!”

바람도 기뻐했어요.


밤이 되었어요.

“따르릉!”

공중전화의 몸에서 벨 소리가 났어요.

“웬, 벨 소리지?”

공중전화는 당황한 채 목소리를 냈어요.

“누구세요?”

그러자 많은 동물 친구들이 인사했어요. 공중전화는 기쁨의 눈물이 났어요.

“친구들아 안녕!”

공중전화가 반갑게 인사했어요.

동물 친구들과 공중전화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비둘기는 몇 달 후 아빠가 된다고 기뻐해요. 다람쥐는 사람들이 숲을 개발해 자신이 살 곳이 없다며 투덜대요. 청설모도 아들이 먹이를 잘 잡는다며 자랑해요. 공중전화는 밤마다 동물 친구들과 즐겁게 지냈어요. 매일 무표정한 얼굴이 친구 덕분에 웃음꽃이 피었어요. 행복해하는 공중전화를 보며 단풍나무도 방긋 웃어요.


오늘도 외로운 일상이에요. 그러나 밤이 되면 친구들과 얘기한다는 생각에 미소가 번졌어요.

‘오늘은 무슨 얘기를 들려줄까?’

콧노래를 부르는데 전화국 아저씨가 왔어요.

“할아버지가 없네! 사람들이 널 찾지 않아 내일 철거해야겠다.”

그러더니 빨간 스프레이로 x를 그었어요.

“철거하지 마세요! 친구들과 함께 있고 싶어요!”

공중전화는 울며 애원해요.

“철거하지 마세요!”

단풍나무도 울며 부탁해요.

공중전화는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밝게 웃는 해님이 미워졌어요.


그날 밤 동물 친구들이 공중전화로 왔어요.

-훌쩍훌쩍!

“공중전화야 왜 울어?”

비둘기가 걱정해요.

“전화국 아저씨가 사람이 찾지 않아 내일 철거하겠데.”

공중전화의 대답에 동물 친구들이 슬퍼해요.

그리 동물 친구들과 공중전화는 마지막 밤을 보냈어요.


다음날 우체국 아저씨들이 왔어요.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우체국 아저씨들이 인사했어요.

“그려! 수고가 많네!”

할아버지가 반기자 우체국 아저씨들은 엷게 웃었어요.

“무슨 일인가?”

할아버지가 물어요.

“공중전화를 철거할 거예요.”

한 우체국 아저씨의 대답에 할아버지는 섭섭한 듯 공중전화를 만졌어요.


공중전화는 한 폐기물 처리장에 왔어요. 이곳은 버려진 전자제품이 많았어요. 그러나 아직 쓸 만한 것들이 많았어요. 자신은 세월에 따른 변하니 어쩔 수 없지만, 새것만 사고 기존 제품은 버리는 사람이 이기적이라고 삐죽였어요. ‘사람이 우릴 만들었다 해도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건 너무 해!’ 공중전화는 산더미처럼 쌓인 제품을 보니 눈물이 났어요. 그리 넋 놓고 보는데

“할아버지는 어디서 왔어요?”

갑작스러운 소리에 공중전화는 두리번거렸어요.

“여기예요!”

아래를 보니 휴대전화였어요.

“네가 왜?”

공중전화는 깜짝 놀랐어요. 휴대전화는 안 버리는 줄 알았거든요.

“그야, 디자인이 낡았으니까요!”

휴대전화의 해맑은 대답에 두 번째 깜짝 놀랐어요.

“슬프지 않니?”

공중전화의 물음에 휴대전화가 고개를 저으며 말해요.

“분류작업을 통해 쓸 만한 부품은 다시 재사용되어요!”

휴대전화의 뜻밖의 대답에 공중전화는 세 번째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말해요.

“네게서 많이 놀라는구나! 그래도 너 자체는 사라지는데. 요즘은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것 같아.” 그러며 ‘쿨럭쿨럭’ 기침해요.

그러자 “하찮게 여기는 건 아닌데.”

휴대전화가 자그마하게 대꾸해요. 공중전화는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어요.

공중전화는 먼 거리 여행으로 피곤했지만, 자신의 운명이 걱정돼 한숨도 못 잤어요.

그러나 아무 걱정 없이 ‘쿨쿨’ 코를 골며 자는 휴대전화가 부럽기도 했어요.

벌써 날이 밝았어요.

“잘 잤어?”

공중전화의 인사에

“할아버지! 한숨도 못 잤군요!”

휴대전화가 밤사이 삐쩍 말라버린 공중전화를 안타까워하자 공중전화는 씁쓸한 미소를 보였어요.

-저벅저벅.

인부들이 오자 전자 기계들이 긴장했어요. ‘어느 부품이 재사용될까?’ 하고요.

“오늘도 파이팅!”

대장의 외침에 다른 인부들도 “파이팅!” 목소리를 높였어요. 그런 후 분류작업을 했어요.

“내 부품 하나 만이라도 재활용될 수 있어 기뻐!”

기계들은 하나같이 말했어요.

“봤죠! 슬퍼하지 않아도 돼요!”

휴대전화의 속삭임에 “난 너무 오래됐어.” 공중전화가 씁쓸해해요.

휴대전화가 “희망을 품어요!” 용기를 주었지만, 공중전화는 운명을 짐작한 듯 눈을 감았어요. 형체도 남지 않으리라는 것을요. 모든 걸 체념한 공중전화에게 ‘뚜벅, 뚜벅.’ 한 명의 인부가 다가오자 가슴이 콩닥거렸어요. 공중전화는 ‘무슨 말이 나올까.’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인부의 입을 보았어요. 그러나 “쓸 것도 없겠네!” 무뚝뚝한 인부의 얼굴에 공중전화의 가슴은 ‘와장창!’ 깨어졌어요. 휴대전화가 마구 눈물을 흘리자 공중전화는 ‘괜찮아!’ 오히려 휴대전화를 위로했어요.

그리 사라질 순간을 묵묵히 기다리는 공중전화에게 기적이 일어났어요.

“어제 온 공중전화 있죠?”

한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건 왜요?”

대장의 물음에 남자는 ‘어제 들어온 공중전화를 달라.’는 거예요. 그리고 많은 돈을 주었어요. 공중전화는 어리둥절했으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남자를 향해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어요. 휴대전화도 기뻐했어요. 남자는 공중전화를 싣고서 어디론가 달렸어요. 그러자 긴장이 풀린 공중전화는 ‘쿨쿨’ 코를 골며 단잠을 잤어요.

‘끽!’
차 멈추는 소리에 공중전화가 일어났어요.

“여긴 어디지?”

공중전화는 주변을 보았어요.

xx전화 박물관

이미 공중전화를 기다리는 아저씨가 마중을 나왔어요.

“어서 옮기세!”

아저씨들에 의해 안으로 조심조심 옮겨진 공중전화의 눈에 많은 전화가 보였어요. 그리고 처음 본 전화도 있었어요.

“환영하네!”

태어나서 처음 본 전화가 반겼어요.

“여긴 어디고 누구시죠?”

공중전화가 물었어요.

“흠흠, 이곳은 전화 박물관이야. 난 부자들이 사용한 엔틱 전화지!”

엔틱 전화는 자랑하듯 떠벌렸어요.

“우와! 대단하시네요!”

공중전화의 칭찬에 엔틱 전화의 어깨는 더욱 올라갔어요.

엔틱 전화가 말해요.

“이곳은 오래될수록 귀하지! 이곳에서 가장 존경받는 전화는 고종이 사용한 ‘덕률풍’이지. 자넨 밖에선 별 볼 일 없었겠지만, 이 시간부턴 사람들이 귀하게 볼 걸세!”

공중전화는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어요.

“그런데! 난 왜 여기 온 거죠?”

“전화를 사랑한 한 재벌기업인의 희생 덕분이야. 그분은 오래되고 귀한 전화를 구하려고 많은 돈을 투자했어. 나도 자네도 여기 있는 전화도!”

“정말 고마운 분이군요!”

공중전화가 눈을 반짝였어요.


날이 밝자 박물관 문이 열렸어요.

“오늘은 누가 올까?”

엔틱 전화는 궁금한 눈이 되었고 공중전화도‘자신도 보겠지.’ 기대했어요.

‘저벅, 저벅.’

초등학생 무리였어요.

“안녕!”

엔틱 전화의 눈이 반달로 변했어요.

인솔 교사와 학생 몇이 엔틱 전화와 공중전화로 오자 공중전화는 괜히 몸에 힘이 들어갔어요.

교사가 설명해요.

“이 전화는 1970년대….”

교사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는 초롱초롱한 어린 눈들이 엔틱 전화에서 공중전화로 옮겨지자 공중전화의 얼굴이 빨개졌어요. 그 모습을 본 엔틱 전화가 히죽 웃어요.

“웃지 말아요!”

공중전화가 삐졌어요.

“미안해! 나의 처음과 똑같아서! 그때도 선배 전화기가 웃었지.”

“그분은 어디에 있어요?”

“위로 올라갔어! 그곳은 아주 오래된 전화만 있지.”

시간이 흐르자 점점 적응이 됐어요.


그날 밤이었어요.

“후!”

공중전화가 길게 한숨을 쉬었어요.

“무슨 걱정 있어?”

엔틱 전화가 묻자 공중전화는‘친구들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싶다.’했어요.

“하면 되지!”

엔틱 전화의 무심코 뱉은 말에 공중전화는‘풋’ 웃으며 그동안의 일을 말했어요.

공중전화가 얘기를 끝내자마자 후회의 말을 해요.

“친구들이 먼저 얘기를 해서 번호를 물어보지 않았거든요. 바람님을 만날 수 있다면, 이럴 줄 알았으면 번호를 물어보는 건데.”

공중전화가 울자 엔틱 전화는 안타까워했어요.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그때도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는데 ‘똑똑!’ 유리창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웬 바람?”

공중전화와 엔틱 전화가 보았어요.

“바람님!”

공중전화가 알아보자 바람이 씽긋 웃었어요. 바람은 좁은 틈으로 안으로 들어갔어요.

“어떻게 된 거야?”

공중전화의 얘기가 끝나자 바람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어요.

“바람님! 제 소식 전해 주세요!”

“그래!”

박물관이 어두워졌어요.

‘따르릉!’

자신의 몸에 벨 소리가 울리자 얼른 받았어요.

“반가워!”

“너무 기뻐!”

“축하해!”

……

동물 친구들과 단풍나무의 인사를 받은 공중전화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엔틱 전화도 해맑게 웃었어요.

‘휴대전화의 부품들도 각각 새로운 몸으로 태어났겠지!’

공중전화는 이젠 만날 수 없는 휴대전화가 새롭게 태어나길 바랐어요.

이제부터 공중전화의 얼굴엔 늘 웃음 가득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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