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자존심이라는 단어 앞에 멈춰 서게 된다. 자존심은 자신을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이 없다면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한 자신을 직면하지 못하고 도망치고 싶어진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도망침이야말로 더 깊은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내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건 얼마나 고된 일인가. 자기 자신을 설득하며 스스로를 속이는 시간들은 생각보다 더 깊은 고통을 남긴다. '나는 옳았다'고 되뇌어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진실이 조용히 목소리를 높인다. “네가 잘못됐어. 그걸 너도 알고 있잖아.” 그 목소리는 점점 커지지만, 자존심은 그 소리를 묵살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존심이 나를 막아서는 이유는 단순하다. 잘못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책임감은 무겁다. 남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미안해해야 하는 순간은 자존심에 금을 내고, 그 금은 곧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 하지만 간과하는 것이 있다. 자존심은 자신을 지켜주는 무기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벽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 알량한 자존심이 결국 모든 걸 망친다는 건 뼈아픈 진실이다. 그것은 관계를 단절시키고, 가능성을 가로막는다. 잘못을 인정하면 무엇이 남을까? 부끄러움? 후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남는다. 성장, 배움, 그리고 용기다.
이제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자. 잘못을 인정하는 건 왜 그렇게 힘든 걸까? 아마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작아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틀렸음을 인정할 때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품게 된다. '완벽한 나'라는 환상을 내려놓고, '성장하는 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자존심은 마치 갑옷과 같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듯하지만, 그 속에서 숨이 막혀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그 갑옷을 벗어던져야 한다.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쓰던 에너지를,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 써야 할 때다.
스스로를 속이는 일은 끝이 없다. 인정하지 않은 잘못은 끝없는 굴레를 만들며 점점 더 자신를 옭아맨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자존심을 내려놓아 보자. 의외로 세상은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단단한 기둥이 되어준다. 잘못을 인정할 때의 솔직함은 결국 자존심보다 더 큰 자부심을 남긴다.
그러니 이제 그 무게를 내려놓을 때다. 자존심이 나를 지켜줄 수는 있지만, 진정으로 구원할 수 있는 건 스스로의 용기와 진실을 마주하는 태도다. 잘못을 인정할 때야말로 우리는 진정으로 강해진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지금 붙잡고 있는 것은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단지 두려움에서 나온 집착일 뿐인가? 잘못을 인정하고도 우리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 그 용기야말로 진짜 자존심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