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남편과 자주 싸운다. 육아 문제로는 전혀 싸울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이 오래되면서 함께 육아를 하다 보니 부딪히는 횟수가 늘어났다. 남편은 결혼 전 늘 내게 한 얘기가 있다
"난 우리 아들에게 늘 친구 같은 자상한 아빠가 될 거야. 낸 우리 아빠가 너무 불편하고 대화도 거의 나눈 적이 없어. 그래서 내 자식들에겐 자상하고 친구 같은 그런 아빠가 돼주고 싶어. 꼭 그럴 거야."
웬걸.. 친구?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에게 자상하게 잘 잤어?라고 말해 준 적도 없고 먼저 자상하게 "아빠가 놀아줄게"라고 해준 적도 없다. 약속을 어기기 일수고 돌쟁이 셋째를 아이들에게 맡기고 자신의 일하기 바쁠 때도 있다.
아이들이 지쳐간다. 나는 지금 아파서 입원 중인데 아이들은 전화가 오면 "엄마. 언제 와. 아빠. 무서워.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는 화를 내고 혼을 내도 자상한 우리 엄마인데 아빠는 무섭고 불편해."
아빠는 아이의 바람막이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선 안된다. 아이들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어야 할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기댈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주어야 할 아빠가 불편하고 무섭다니..
용납이 되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났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하겠지만 아이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없을 때 유대관계를 잘 형성해서 가까워지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하며 병원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했길래 아이들이 자꾸 저럴까? 나는 절대 아이들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이유 없이 부모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배웠다. 남편과 싸우고 뒤돌아서 생각해보니 '아. 우리 남편은 이제 배워나가는 단계이구나. 내가 처음 엄마로 태어났을 때 그랬지. 나는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에겐 아니었던 적이 나도 있었어. 육아 10년.. 나는 10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며 함께 성장했지만 우리 남편은 10년 동안 떨어져 살며 돈만 버느라 그럴 틈이 없었다. 남편의 노력을 인정해줘야 해.'이제 남편은 자상한 아빠가 되어가는 방법을 터득 중이다. 나름 너무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잘하고 있다. 누구나 엄마, 아빠는 처음이다. 그래서 완벽할 수도 없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살아간다. 아이들이 한 살이 되면 우리의 부모라는 레벨도 1이 된다. 참 신기하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내가 대견할 따름이다. 나는 지금 남편이 너무 대견하고 이쁘다.
세상 저런 남편이, 아빠가 있을까?
아이들이 아빠가 불편한 이유는 아빠와 함께 있던 시간이 너무 짧아서일 것이다. 아빠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게 어색해서 일지도... 서로 친해지길 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