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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심자 Oct 14. 2021

조급해하는 마음

그녀와의 파이트!그리고 파이팅

조급해하는 마음

 “거기 부분은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럼 당신이 하던가?”

 살짝 높아진 톤, 짜증이 섞인 말투,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그녀의 말투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은 참을 수 있다. 

 “당신이 도와달라고 했잖아. 그래서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 꼭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그러니까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네가 하라고!”

 그녀가 소리쳤다. 누르고 있던 두통이 밀려온다. 그것은 밑으로 내려와 몸속 어딘가에 잠자고 있던 용암을 자극했다. ‘부글부글’ 끓기 시작해 폭발 지경까지 이르렀다. 참기가 힘들다.     

 “됐어! 그냥 내가 할 거야!”

 결국 화산이 폭발했다. 폭발로 인한 재앙 따위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이것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면 안에서 폭발해 미쳐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꽝]

 말없이 그녀가 나갔다. ‘뭐가 문제일까?’ 나는 그녀를 도와주려고 한 건데... 그녀의 의자에 앉았다. 미약한 온기만이 남아있고, 그동안 기피했던 기계의 팬 소리만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기조차 사라졌다. 3평 남짓 작은 방에 ‘나만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발의 주체가 사라지자 끓어오르던 용암이 진정됐다. 하지만 주변은 폭발로 처참했고, 화산재로 덮여 혼잡할 뿐이었다. 내 마음처럼...     

 [탁... 탁]

 말없이 두들기는 자판 소리가 평소와 다르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굼떴다. 필시 세심한 작업을 하기 때문은 아니다. 뭐가 문제일까? 그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까? 요즘 들어 그녀는 발톱을 세우고 마음에 안 들면 긁어 버리겠다는 성난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조용히 작업실에서 나왔다. 1층으로 내려왔을 때 아무도 없었다. 조심히 현관문의 도어락을 풀었다. 어차피 도어락을 풀면 ‘띠리링’ 소리가 나는데도 말이다. 

 1월 날씨인데도 생각보다 춥지 않다. 아직 마음속 용암이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주머니에서 네모난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고 새끼손가락만 한 타원형의 종이로 둘러싸여 있는 물체를 집었다. 그것을 태워줄 전자기기에 꽂고 입으로 힘껏 들이마셨다. 이것을 필 때면 끓어올랐던 분노도 어지럽혀졌던 머릿속도 정리가 된다.     

 ‘이대로는 안된다. 그녀와 다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


 [딸깍]

 레버식 손잡이를 잡고 조심히 밑으로 내렸다. 어둠 속 무드등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연한 하얀빛이 방안 전체를 비추지 못하지만, 책상이든, 장롱이든, 책장이든, 침대든 사물의 형태를 확인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역시나 침대 위 방한 텐트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천천히 그리고 조심히 텐트의 지퍼를 위로 당겼다.      

 “2층에서 이야기 좀 해”

 막내 아이가 자고 있었기에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대답이 없다.     

 “2층에서 이야기 좀 했으면 해”

 “애기 깨니까 조용히 해”

 작게 말했지만, 그녀의 말투에는 여전히 날이 서 있다.           

 나는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의자에 앉아 적당히 생각을 정리하자 그녀가 올라왔다.      

 “의자에 앉아”

 말없이 그녀가 의자에 앉았다.     

 [피식]

 갑자기 웃음 나왔다. 그녀도 따라 웃는다. 화산재로 덮여있던 혼란함이 조금 걷힌 느낌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당신이 공부할 시간, 일하는 시간 주려고 아이들을 내가 챙기고 있잖아, 그리고 가족들이 잠들면 내 일을 하고 있고, 비록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계속 서포트를 하려고 하는데, 당신 요즘 굉장히 날카로운 거 알아?”

 그녀는 말없이 허리를 굽히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일정하게 움직이는 어깨,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 허리를 펴고 손이 내려졌을 때 그녀의 손에, 얼굴에 물기가 묻어있었다.      

 “당신이 신경 쓰는 거 알아 그런 문제가 아니야 내가 지금 하는 게 잘하는 건지 모르겠어, 열심히 하는 거 같은데 성과도 없고 또 나 혼자 모든 일을 다 하는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에 처음 디지털 세상에 달려들어 열정이 넘치던, 자신감이 넘치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공부가 힘들어?”

 “공부가 힘들지는 않아, 공부도 재미있고, 일하는 것도 재미있어, 하지만 뭔가 자꾸 어긋나는 느낌이야. 그러다 보니 돈도 걱정되고...”

 여전히 힘없이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조급하다. 조급함에서 오는 과부하가 분명하다. 너무 서둘고 있어... 예민할 수밖에 없어. 이대로는 힘들다.’

 “우리가 왜 이 일을 시작했지? 주변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행복을 주기 위한 거잖아? 당신은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생각해?”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나도 돈이 없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세상에 공짜는 없어. 한 번에 성공하는 그런 것은 없단 말이야. 자신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무조건 노야 노! 나는 가끔 그런 생각해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좀 더 일찍 알고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쯤 우리도 성공했다는 소리 좀 하고 다니지 않았을까? 조급해하지 마 한 번에 10개 못해도 좋아 대신 하나를 하더라도 정성을 들이면 되는 거야! 그것이 계속 쌓이면 되는 거야! 그래도 안 되면 그때 가서 불평 좀 하자! 지금 당신 충분히 잘하고 있어! 우리 망할 거, 실패할 거, 생각하며 시작한 거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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