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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심자 Oct 15. 2021

HOT의 투지처럼 투쟁

환상적인 육아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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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속에 천사가 이런 모습일까? 웃는 얼굴로 다가올때면, 아직 겨울이건만, 따스한 봄이 다가와 꽃이 만개하고 주변이 화사하게 느껴진다.


 내가 가는 곳은 한 뺨도 안되는 발로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모습이 어릴 적 키우던 강아지를 연상케 한다. 밖으로 나갈 때면 해바라기처럼 나간 곳만 바라보고, 들어오면 안아 달라고 손을 뻗치는 모습에 꽉 껴안아 준다. 


 밥을 주면 세상의 모든 보물을 다 얻은 듯한 표정이다. 먹고 나면, 입은 찢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웃음을 짓는다.


 가끔 마음에 안 들면 화를 내기도 한다. 1차 투쟁이다. 안아주고 달래보아도 소용이 없지만, 그냥 안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잠들기도 한다. 가끔 속눈썹이 파르르 떨릴 때면,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진다. 


 이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흘끗 시계를 보자 30분 정도 지난 듯하다. 소리가 더 커지기 시작한다. 나에게는 시간을 확인할 여유 따위는 없는 듯하다. 

 안아주고 달래보지만, 쉽지 않다. 

 2차 투쟁 때는... 그냥 놀아주는 게 답이다.


 하루의 일과가 끝났다. 이제는 잘 시간이다. 

전등의 불을 끄고, 무드등도 끈다. 암막 커튼이 잘 쳐져 있는지 재차 확인한다. 방안에 빛 한점 없어야 한다. 

 가슴을 토닥이고, 등을 토닥이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간혹 다리를 주물러주기도 한다. 


 마지막일지 모를 3차 투쟁이 시작됐다. 한참을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작은 소리라도 나면, 자기를 부르는 것도 아닌데, 벌떡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게 술 취한 듯 비틀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눕는다.

 옆으로 누워있는 나를 넘어 다니거나 작은 발을 내 입속에 넣기도 한다. 간혹 조준이 실패할 경우는 나의 코를 차기도 한다. 


 ‘나 몰래 술을 먹은 게 분명하다.’

 오늘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가끔 있었던 4차 투쟁으로 넘어갈 듯하다. 지치지도 않고 나를 10번이나 넘어 다니고, 어깨를 발로 차기도 했다. 머리로 코와 입술을 박을 때는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4차 투쟁은 마왕급이다. 마왕? 그럼 나는 용사인가? 음... 다른 용사들은 마왕을 잠재우면 부와 명예도 얻고 아름다운 미녀와 결혼도 한다는데? 이쁜 마누라는 있으니까 미녀는 됐고, 돈이나 조금 주면 좋겠는데?’


 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허리는 데친 새우처럼 구부렸고, 유연하지 않은 다리가 가슴까지 올라갔다. 당연히 팔은 얼굴을 필사적으로 가렸다. 


 거세던 공격이 줄어들고 있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드디어 잠재웠다.!”

 나는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핸드폰 액정에 ‘오전 5시 58분’이라는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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