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테이션 현장 소회
지난 10여년간 퍼실리테이션의 교육이나 실행에 있어서 느낀 현황에 대한 짧은 소회를 적어본다.
애당초 퍼실리테이션 이론이나 기법들은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발전되어진 학문이 아니었다. 서구 선진국에서 주민자치 회의방식으로 운영되던 오픈하우스, 타운미팅이나 컨설팅, 액션런닝, 코칭, 리더십 등 분야에서 활용되던 기법들을 모아서 전개순으로 기법들을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기법의 정확한 활용 용도나 전체적인 흐름을 설명해주는 이론서는 없으며 그나마 출간된 관련 서적들은 저자의 경험이나 지엽적인 논제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 있을 뿐이다.
퍼실리테이션의 기법이나 툴은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을 진행하는 기관들이 모아 놓은 기법 설명 교재나 툴 북을 통해서 접하게 된다. 오랜 경험을 쌓은 분들은 자기만의 기법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으나 제3자 입장에서 범용으로 널리 활용되기 어렵기에 사용이 제한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첨단기술분야에서 보듯이 과거에는 해외에서 일방적으로 배워온 까닭에 숭배하고 답습해오다가 이제는 우리가 앞서는 분야도 많이 생겼듯이 퍼실리테이션 분야도 창의적 혁신을 통해 우리의 것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뒤쳐지고 있는 분야도 많은 나라의 강사들을 우러러보고 따르거나 애자일, 디자인 씽킹, 비주얼 씽킹, 게이미피케이션 등 다양한 시도들에 현혹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상위 자격증인 국내외 CPF 자격증을 소지하고 퍼실리테이션 교육기관에서 강의하거나 자격증 인증 심사하는 이들도 이론을 먼저 습득해서 강의를 하지만 실행을 잘 하는 능력은 다르다고 본다. 실제 실행 능력이 떨어지거나 퍼실리테이션 워크샵을 거의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농어촌 퍼실리테이터들의 세미나에서 한 젊은 퍼실리테이터가 “잘해서 많이 한 것이 아니라 많이 해서 잘하게 되었다”는 소회를 밝힌 것에 대해 깊이 공감이 갔었다.
실례로 일부 CPF들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정책과제로 다년간 전국적으로 실행하던 “농어촌 마을 만들기 현장포럼 퍼실리테이션”의 경우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실행하는 것이라 진정한 퍼실리테이션이 아니라고 비하한 이들도 있었으나 그들이 와서 직접 참여해서 실행할 때는 더 못하였다.
퍼실리테이션의 진정한 완성은 창의적인 결론을 낼 수 있어야 되고 실행을 통해 완결되어져야 하는데 “농어촌마을 만들기 퍼실리테이션”은 국가 예산으로 사전준비를 하고 퍼실리테이션을 통한 결과도출 후 실행예산 집행으로 결말지어지는 진정한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였던 것이다.
전국 9개 시도의 농어촌 지역에서 10여년 동안 매년 1,000건에 달하는 퍼실리테이션 워크샵을 진행되면서 이에 참여한 수많은 퍼실리테이터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스킬 향상과 문제점을 숙지하고 조금씩 개선해 나간 경험은 누구 못지 않은 소중한 자산이라 판단된다.
현재 오더가 나오고 있는 비정기적인 퍼실리테이션 워크샵들을 잘하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1) 선정된 퍼실리테이터가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넉넉한 자금과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잘해보라는 믿음 지원주는 스폰서는 거의 없다.
2)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워크샵의 경우 능력 있는 보조 퍼실리테이터와 함께 하기가 쉽지 않아서 협업의 어려움이 있다.
3) 워크샵 참여자의 의사표현의 균질화를 위한 사전 회의 룰 학습이 부재하여 중구난방으로 의견을 적어내어 몰입해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스폰서가 만족하는 소정의 성과물을 내기가 힘들어지면서 점차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데 “단순 명료하고 누구나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창의적인 퍼실리테이션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간단한 룰을 숙지하고 실행하듯이 퍼실리테이션의 실행 초입에 참여자들의 의견을 간단명료하게 포스트잇에 적어 내는 작성규칙(일종의 게임 작동법)을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산만하고 체계도 없으며 그 원리도 잘 모르는 기존의 다양한 기법들을 잘 정리되고 쉽게 설명되어진 크리에이티브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통해 자신 있게 풀어가면 되는 것이다.
마구잡이로 포스트잇에 써낸 의견들의 붙여 놓고 다양한 의견에 반짝 환호하다 대충 묶고 정리하고 끝내는 퍼실리테이션은 이제 그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