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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쓰는 힘둘기 Nov 27. 2021

너처럼 나도 쇠질 쟁이가 되고 싶어

누구에게나 시작의 순간이 있다.

'운동 얼마나 하셨어요? 일주일에 몇 번 운동하세요? 몇 kg 드세요? 우와 신기하다'


그래, 누군가에게는 신기한,  몸이 좋거나 대단히 고중량을 들어 올리는 사람들 누구나 시작의 순간이 있었다. 이를 악물고 변화하기 위해 시작했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시작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시작의 순간이 있었다.


누구나 권상우같이 멋있는 근육질의 몸을 꿈꾸며 헬스 3개월권(3개월부터 보통 할인이 들어가 2개월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 우린 언제나 이 상술에 당한다)을 끊곤 한다. 그때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권상우처럼 되려면 몇 달 운동해야 하냐는 질문이 꽤 많이 올라왔다. 나 역시 그랬다. 수능이 끝나고 친구와 집 근처의 헬스장에 등록했다. 운동은 두 달 정도를 설렁설렁 다녔고, 몸의 변화는 없었고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근력운동과는 담을 쌓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권상우 몸처럼 되려면 3개월은커녕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운동해도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헬스장에 등록한 때는 스물네 살에 어학연수에 가고 나서였다. 기름진 식습관과 잦은 음주가 계속되던 나날들이 이어졌고, 몸이 찌뿌둥하다고 생각이 들기까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몇 번 도시를 구경 다닌 뒤엔 생각보다 할 게 너무 없어서 심심했다. 살던 아파트 바로 옆에 헬스장이 있었는데, 혼자 가기 두렵다던 친구 손에 이끌려 다시 한번 헬스장에 등록하게 된다.

덩치가 큰 아랍인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몇 키로인지도 가늠이 되지 않는 무거운 바벨과 덤벨을 들어 올리는 공간이었다. 어떤 기구를 어떻게 검색해야 하는 지를 몰라서, 블로그에서 '대표적인 가슴운동' '등 운동 필수'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서 한 두 개 운동을 보고 따라 했다. 안 그래도 동양인이 없는 동네에서 신기한 존재인 나였기에(거리를 걸으면 사람들이 말을 걸었으니 말 다했다.) 그들 사이에서 함께 땀을 흘리는 것은 보기 드문 걸작이었으리라.


킬로그램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 무게로 스쿼트, 벤치프레스 등의 프리웨이트 운동을 하는 근육질의 아랍인들을 보며 한 없이 작아짐을 느꼈으나 매일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며 조금씩 그 공간에 익숙해져 갔다. 다룰 수 있는 기구도 다양해졌고, 나름 정보들을 긁어모아 나만의 루틴도 만들었다. 꾸준히 하다 보니 그 공간에 익숙해지고 매일 비슷한 시간에 오는 사람들과는 눈인사도 나누게 되었다. 그 뒤로 6년이 지났다. 아랍 헬스장에서 40kg의 벤치프레스, 60kg의 스쿼트를 겨우겨우 해내던 나는 지금 135kg의 벤치프레스, 195kg의 스쿼트를 한다.


과거의 나처럼 시작하는 순간의 초급자들을 보면, 그때의 내가 생각나곤 한다. 마음 같아서는 오지랖 넓은 아랍 근육맨들처럼 자세도 봐주고 싶고 파이팅도 불어넣어 주고 싶지만 상대방이 불편해할 까 봐 참고 있다. 하지만 가끔 누군가 나에게 자세를 봐 달라거나, 기구 사용법을 물어보거나, 운동 요령을 물어본다면 성심성의를 다 해 알려주고 있다.


시작하던 단계의 나는 처음 운동을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어색했고, 이미 익숙해 보이는 근육맨들의 공간에 끼어드는 기분이 들어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 모두 지금의 나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같이 열심히 하고 싶은 형제애랄까? 그러니 만약 당신이 아직 시작을 망설이고 있다면 빨리 헬스장에 등록해서 그들의 공간에 뛰어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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