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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1일 하루

by 이종열

2022. 1. 11 (월), 흐림, 따뜻, 미세먼지

요즘 날씨가 겨울답지가 않다.

大寒이가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小寒이 엊그제였는데도 도무지 춥지가 않다.


요즘 같이 따뜻한 겨울이면 겨울이 추워야 농사에 해로운 해충들이 얼어 죽고 보리가 더 잘 자라 풍년이 든다며 춥지 않았던 겨울을 걱정하셨던 지금은 계시지 않은 내 어머니가 생각이 난다.


오늘도 그랬다.

오후쯤 외출을 하면서는 두꺼운 윗옷은 벗어 손에 들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녔다.


오후에 혼자 걸은 하천 산책로 시냇가 옆에 있는 목련나무는 꽃망울들이 맺혀 있었다.

곧 개화를 앞둔 꽃망울 같다.


아직 大寒도 지나지 않은 한겨울에 꽃망울이라니ㆍㆍ

좋아해야 할지 걱정해야 할지 마음이 야릇하다.


이렇게 따뜻한 겨울 날씨는 늘 친구 하나를 데리고 다닌다.

미세먼지이다.


오죽하면 삼일 춥고 사일은 따뜻하다는 삼한사온 대신 삼일 춥고 사일은 미세먼지가 낀다고 하는 삼한사미라고 할까?


어느 지역은 미세먼지를 줄이려고 미세먼지 저감조치 까지 하고 있다니 사태가 만만치 않은가 보다.


미세먼지는 가시거리를 짧게 하기도 하지만 숨쉬기도 힘들 만큼 목이 칼칼하고 눈이 따갑기도 하여 사람들을 여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미세먼지는 누가 만들었는가?

문명을 추구하는 인간들이 만든 괴산 물이 아닌가?


사람들이 만든 미세먼지가 사람들을 힘들게 하니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사람들은 그저 하루 종일 하늘을 뒤덮고 있는 뿌연 미세먼지 앞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외출을 삼가고 부득이 외출을 할 때에는 마스크를 하고 나가고 창문을 걸어 닫고 외출 후에는 손과 호흡기를 물로 씻는 것 밖에 없다.


그저 하루빨리 미세먼지들이 저절로 사라지기만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인간들이 미세먼지라는 괴물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이때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나타나신다.

바람이다.


나흘간 미세먼지가 지배하며 머물렀던 사미의 시간이 지나고 사흘간 머물 추위가 동반자 바람을 데리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

삼한의 시간이다.


이때에는 기적과도 같이 하늘을 뿌옇게 하고 눈과 코를 따갑게 하였던 미세먼지라는 불청객이 사라진다.


어제까지 잘 보이지 않았던 먼산과 이웃동네 아파트들이 렌즈를 닦고 다시 쓴 안경처럼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기분이 상쾌해지고 신기롭기까지 하다.


자연이 하였다.


사람들이 만든 문명의 괴산 물을 자연이 걷어내고 씻어 내었다.


우리 인간들이 자연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고 왜 훼손을 하면 안 되는지를 담번에 눈으로 보여준다.


오늘은 비록 하루 종일 지나치게 따뜻한 겨울 날씨, 미세먼지와 함께 하였지만 다행히도 기상청에서 내일은 차가운 공기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여 준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돌아가신 내 어머니의 걱정도 함께 사라지겠지 싶어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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