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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열 Jan 08. 2023

살아있는 문자를 받고 싶다고요!!

"카톡~"


예민해도 너무 예민한 나의 잠귀가 '카톡'이 한마디의 휴대폰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아직 창문 밖은 지천으로 까맣다.

아파트 맞은편 동 어디에도 불빛이라고는 없다.


'아니, 이 새벽에 누가 카톡을 ~'

딴에는 아주 깊이 잠이 들었다고 생각을 하는데도 나는 지나가는 바람소리, 새벽 청소차 소리를 다 듣고 자는 예민한 잠귀를 가져서 옛날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항상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 놓고 (처음에는 진동모드로 해 보았으나 진동소리나, 진짜 소리나 매 일반이라 무음으로 하였다) 잠을 청하였다.


그런데 어제는  잠들기 전에 무음모드로 바꾼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지고 도둑이 들자 그렇게 잘 짖던 개가 짖지를 않았다.

하필 한 번의 실수로 휴대폰 모드를 바꾸지 않은 어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리를 있는 대로 내 지르며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새벽에 카톡이 오고 말았다.


04:40분이란다.

헐~

사람이 가장 깊게 잠이 들어야 할 시간에 나의 단 한 번의 실수와 예민한 내 잠귀가 만들어낸 합작으로 나는 단잠에서 일어나야 했다.


방금 온 카톡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휴대폰을 본 순간 내 단잠은 더 멀리 달아 날 것 같아서 보지 않으려다가 그래도 이 시간에 누군가가 급한 일을 당하였기라도 하면 싶어 커버를 열어 보았다.


거의 매일 나한테 카톡을 보내주고 계시는 집안 형님이 보내신 카톡이었다.

제목이 [오늘의 명언]이란다.

카톡 내용도 한 페이지로 양을 채우지 못해 세 페이지를 넘겼다.


언젠가 집안 모임에 갔을 때 이 형님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 형님의 말씀이 자신은 거의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집에서 가까운 뒷산으로 등산을 가는 것을 하루일정의 시작으로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아뿔싸

이 형님 딴에는 일어나자마자 문자를 보낸 것이 아니고 40분을 기다렸다가 보내셨구나' 싶었다.


감사를 해야 할까?


그래도 오전이  무렵쯤에서 그 형님께 답장을 보내드렸다.

" 늘 감사드립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주말 잘 보내십시오 "


두 어시간 후에 다시 온 형님의 답장은 또 다른 장문의 '좋은 글'이었다.


이 형님의 답장이 오고 이내 또 다른 사람이 보낸 카톡이 온다.

이번에는 장문의 좋은 글의 문자가 아닌 형형색색의 꽃 속에 글자 몇 자를 찍어서 보낸 카톡문자였다.

연이어서 사진만 달리 한 카톡 몇 통이 더 오고야 오늘 문자세례가 끝이 난다.


이 두 분이 거의 매일 내 휴대폰으로 같은 장르의 문자를 보내온다.

한 분은 길게 쓴 좋은 글~

다른 한 분은 그림 속에 글자 몇 자를 쓴 사진 속 글~


사실 이런 문자는 받기가 싫다.

반갑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


약 1년 전쯤에 이 두 분의 카톡을 차단한 적이 있다.

그랬다가 한 달도 안 되어서 이내 차단을 풀고 내 카톡친구에 추가를 하였다.


집안 모임에서 만난 그 형님이 나에게 하신 말씀 때문이었다.

" 아우님이 요새 바쁘신 모양이네.

내가 보내준 카톡을 거의 읽지를 않는 것을 보면ㆍㆍ"


자신이 보낸 긴 글을 받은 사람들이 읽어 보는지, 읽어보지 않는지 feed back을 하고 계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또 한 번은 긴 글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형님 "이라 답글을 달았더니 이내 " 이렇게 긴 글을 단박에 읽어내는 기술이 아우님한테 있었구나 " 하셨다.


뜩하였다.


좋은 글, 그림은 귀한 것이다.

귀하다는 것은 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흔하지 않고 귀한 것들이 1인 1 휴대폰 시대를 맞아 휴대폰 대수만큼 흔하게 되어 버렸다.

그렇게 된 지가 꽤 오래되었다.


흔한 것들이 흔하지 않은 좋은 것이라며 불쑥불쑥 찾아오고 자신은 귀하고 좋은 말이라며 시간, 장소를 묻지 않고 찾아오는 것은 소음이고 공해이다.

더군다가 영혼하나 없이, 정성하나 없이ㆍㆍ


나는 이렇게 다운받아서 다시 다른사람들한테 보내주는 죽은 문자들 보다 살아 있는 문자를 받고 싶다.

" 아우야,

오늘은 날씨가 좋다.

이런 날 제수씨와 함께 영화 한 편 어때?"


이런 살아 있는 문자를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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