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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열 Feb 10. 2023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 과는 멀리하련다.

"아니야

그건  네가 지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너는 왜 그렇게 밖에 생각을 하지 못하니?

잘 들어 봐

내가  생각이 잘못되었는지 설명해 줄게

첫째는 네 생각이 이래서 잘못되었고

둘째는 저래서 잘못된 거야"


이 친구의 말은 늘 이런 식이 었다.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배려도 없는 듯 보인다.

말이 탁하고 거칠었다.

늘 그랬다.


이런 똑같은 말을 이 친구한테서 못 들어도 백 번은 들었을 것 같다.


이 친구는 상대가 하는 거의 모든 말에  "아니, 그건 네가 잘못생각 하고 있는 거야"라는 말로 상대를 부정부터 해놓고 네 말은 래서 틀렸고 내 말은 이래서 맞다고 하였다.


나는 자주 이 친구의 이런 말들이 신경에 거슬리고 불편하였지만 그래도 친구의 말이고 생각이라 여기고

생각과 말을 존중해 주었다.


그랬다가 그제는 늘 이분법으로 맞다, 틀리다를 구분 짓고 생각을 하고 말을 하는 그 친구에게 내가 크게 화를 내어 버렸다.


"야 이 친구야

자네는 왜 늘 세상을 맞다, 틀리다의 이분법적인 잣대로만 보는 거니?

세상에 정답이 어디 있어?" 라며 내가 소리를 질러 버린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처럼 화를 내고  소리로 내 생각을 말해 본 것이 내 기억에서 조차 가물 거릴 만큼 최근에는 없었는데 그날은 내가 꽤나 화가 났었나 보다.


그 친구에게 똑같은 소리로 수십 번의 지적을 당하였던 내가 그동안 누르고 있었던 감정이 터져 버린 것 같았다.


나는 골프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한다.

골프는 내 나이 50살이 넘어서부터 좋아하였고 사람을 좋아한 것은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였다.


골프는 거의가 4명이 같은 조( 꼭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이렇게 하고 있다 )를 이루어서 하는 동반자게임이다.


동반자의 사전적 의미가 '어떤 일을 할 때  짝을 이루어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고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만이 같이 팀을 이루고 있는 사람을 동반자라 말하고 있다.


그런 골프 동반자들과 하루의 라운드를 같이 하는 날은 아무리 짧아도 4~5시간을 함께 해야 하고 길게는 거의 반나절을 함께 할 때도 있다.


함께 하는 동반자와의 라운드가 즐거우면 하루가 얼마나 행복할까?

또 그 동반자가 불편하고 거슬리면 하루가 얼마나 길고 힘이 들까?


라운드가 있는 날은 내가 좋아하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다 할 수가 있어서 나는 좋다.

골프도 치고 사람들과 함께 할 수도 있고ㆍㆍ


그래서 매월 라운드를 하는 모임도 꽤나 많이 있다.


그제도 그 정기모임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발단은 라운드를 마치고 동반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일어났다.

한 친구가 요즘 유행하고 있는 '불타는 트롯' 이야기를 꺼냈다.

동반자들이 어느 가수는 이게 좋고 또 어느 가수는 저게 좋다고 설왕설래하다가 내가 '오디션에 참가한 가수가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고음 부분에서 딱 한번 음이탈을 한 것이 원인이 되어 탈락하는 장면이 조금은 안타깝더라' 하였다.

 

내 말이 채 끝나지도 않은 짧은 시간에 문제의 그 친구가 바로 내 말을 받아서 자신의 이분법을 말하였다.

"아니,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하는 거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을 하니?

네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이유가 첫째 그곳은 일정수만 뽑아야 하는 오디션 자리이고, 두 번째는 가수는 프로야, 프로가 단 한 번의 실수라는 이유로 삑사리가 나면 안 되지"

하였다.


이 친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이 친구의 말이 내 말보다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대화에 정답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또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는가?

또 살아가면서 가볍게 하는 대화에 꼭 O, X표를 해야만 하는가?

다른 친구 대부분도 그 친구의 그런 점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데 정작 이 친구만 그것을 모르고 있는 듯 보였다.


옛날 공자님은 사람의 예순나이를 일컬어 귀를 순하게 하라는 耳順의 나이라고 하셨다.

살아가는 방식에 정답이 어디 있으며 정해진 것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수십억 명의 사람들 생각이 어찌 같을 수가 있겠는가?


"아, 나는 이렇게 생각을 하였는데 자네 말을 들어보니까 자네 말도 맞네 그래.

우리는 서로 생각이 달랐네 친구"

이랬으면 참으로 좋았을 텐데

이렇게 말해 주었으면 그제 내가 나답지 않게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 얼굴에 아직 그 일로 인한 불쾌한 감정이 남아 있었는지 한 친구가 나한테 말했다.

"친구~

자네와 맞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자네 곁에 둘 필요는 없네.

그 친구에게 표시 내지 말고 마음을 멀리 두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고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와서도 이분법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 친구의 말과 표정이 나를 속상하게 만들었다.

지워지지도 않았다.


그래도 내 나이 60에 내가 너무 즉흥적이었을까?

다른 친구들처럼 침묵하며 그 친구를 보고 넘길걸 그랬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렇지만 오늘부터 그를 내 마음에서 멀리 두기로 하였다.

가까이하지 않기로 하였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내 시간, 노력, 감정을 소비하지 않으련다.

너무 성격이 강하고, 자기주장이 세고, 남의 말에 이죽거리고 다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제 내 마음에서 빼련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한테 나와 맞지 않은 사람들은 멀리하라고 한 그 친구의 카톡에 이렇게 쓰여있다.


' 나를 잃어가면서 지켜야 할 관계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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