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열 Feb 21. 2023

브런치 작가 1년

2022년 1월 26일


이 날이 오기 전에 내게는 꼭 가고 싶은 대학에 열 번의 지원서를 내고 열 번의 재수를 한 수험생의 간절함과 절박함이 있었다.


학창 시절의 나는 소설가, 수필가가 되고 싶었다.

소설가가 되려고 노력하였고 수필가가 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소설가, 수필가는 나에게는 그저 꿈이었고 희망일 뿐이었다.


내가 대학에 가고, 소설가, 수필가가 되는 나의 꿈을 이루기에 때의 우리 집은 가난해도 너무 가난하였다.

그때의 우리 집 형편은 목구멍이 포도청이었고 작가에 대한 나의 꿈은 언감생심이었다.


그저 작가는 내가 이루고 싶었던, 그리고 희망하였던 나의 꿈이었다고 내 가슴속에 묻어 놓고 나는 취업의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그것이 나를 고등학교에 까지 보내주신  나의 홀어머니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요 효도라고 생각하였다.

 

슬프지만 현실적으로 작가가 되고 싶은 나의 꿈은 내가 돈을 벌어야 된다는 현실의 뒤에 자리하였다.

어쩌면 그 어디에도 자리하지 못하였다.


고등학교를 상고(商高)에 입학하고 졸업도 하기 전에  은행에 입행(入行)하였다.

은행에 입행을 하고부터 퇴직 때까지 35년간 나는 banker로만 살았다.


그곳의 문화에 나를 맞추었고 그곳의 rule을 지키며 실적을 쌓고 승진을 향해 달리던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나의 꿈과는 점차 멀어졌다.

일 때문에 몸이 피곤하고 정신이 흩어질 때에도 나는 잠을 생각하였지만 작가의 꿈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잊었었다.


그러다가 2017년에 나는 35년간 나와 함께 한 직장을 떠나보내고 35년간 잊고 살았던 나의 꿈을 다시 만났다.

그때서야 나는 내가 한 때 작가를 꿈꾸었던 작가지망생이었다는 것을 다시 기억할 수 있었다.


은행을 퇴직한  해에 나는 야간 수필대학에 입학하고 지방신문사가 주관하는 신춘문예에 수필 2편, 장편소설 1편을 제출하기도 하였다.


당선되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하였고 당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나의 꿈을 다시 찾은 것만으로도 행복하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였다.

 

친구들과 前직장 동료들은 이런 나더러  아예 '작가님'라고 기도 하였'곧 작가님'이라고도 부르기도 하였다.

작가가 되고 싶은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그들이 고맙기는 하였지만 어째 금방 돌려줘야 할 물건을 빌려 쓰는 것 같은 조바심이 마음 얕은 곳에서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초에  우연히 [브런치]라는 사이트에서 작가의 등용을 기다린다는 내용을 보고 환희하였다.


꽤나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 응모를 해볼까?

아냐 괜히 응모하였다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떨어지는데 익숙해지는 게 아닐까?

또 만약에 선정이 되더라도 내가 신춘문예지에 다시 응모하는데 브런치가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응모해 보자.

작가는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지 않을까?


응모해 보았다.

며칠 후에 한 번의 작품으로는 나의 성향을 잘 알 수가 없다는 낙방 이유의 변의 답장이 왔다.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었다.


은행에 다닐 때 나와 같은 지점에서 근무하다 한 날 한시에 퇴직한 퇴직동기들과의 한가한 하루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들을 소재로 다시 응모하였다.

당선과 낙방이 나에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하는 마음도 솔직히 없지는 않았다.


브런치 작가선정 여부를 카톡으로 알려준다는 사전 안내가 응모를 한 다음날부터 나를 기다리게 하였고 나를 바쁘게도 하였으며 나를 설레게도 하였다.


2022년 1월 26일

띵동 소리와 함께 [ 브런치 작가가 되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라는 짧은 선정통지서 하나에 나의 마음속에는 두 가지의 바람이 일었다.

 

'드디어 내가 진짜 작가가 되었구나.

예비 작가, 곧 작가"의 꼬리표를 뗄 수가 있구나' 하는 기쁨의 바람과 무슨 글을 써야 하나, 어떻게 써야 할까 하는 우려와 걱정의 바람이었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쓰되 진솔하게 쓰자.

그리고 내 방식대로 쓰자고 다짐하면서 우려와 걱정의 한 가지 바람은 잠재웠다.


브런치 작가 선정 4일 후에 첫 글을 발행하였다.

우리 가족 반려견 간식주기 이야기였다.

나는 강아지에게 음식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려하고 식구들은 그런 나를 질색팔색 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글을 올리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내가 처음 보는 말이 들어왔다.

"ooo님이 당신의 글에 라이킷 하였습니다."

15분의 작가님들이 라이킷을 해주셨다.

라이킷?

무슨 뜻이지?


한참 후에야 그 뜻을 알았다.

이후에 한 분의 작가님이 나의 글에 댓글까지 달아주셨다.


아~

이렇게 내가 브런치가문의 가족이 되었구나.

기쁘고 가슴이 뿌듯하였다.


그런데 이후부터 발행한 나의 글에 라이킷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어떤 글에는 3건의 라이킷이 있었고 또 어떤 때에는 4건의 라이킷도 있었다.


나의 글이 라이킷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의식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 왜 그럴까?

내 글이 너무 통속적이고 너무 저속한가?

내 글의 수준이 브런치와 맞지 않는 이유일까?

내 글이 너무 old 하여 젊은 브런치 작가님들 입장에서 꼰대의 글로 비추어졌을까? "


여러 가지의 생각들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이유가 되어 급기야 내 손을 컴퓨터 자판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손을 놓고 보름쯤 지났을까?

브런치에서 알림 문자 하나가 왔다.

"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아뿔싸

내가 글을 놓고 있다는 것을 브런치가 보고 있었구나.


다시 글을 썼다.

그러나 그때부터 쓰고 있는 글들은 창작의 글이라는 생각보다는 밀린 숙제를 하듯 의무감의 글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라이킷이 서너 건 밖에 없었다.


급기야 내 생각이 비관으로 치달았다.

' 그래, 나는 브런치 가족과는 맞지가 않았어.

여기 가족들은 너무 젊었고 나는 나이가 너무 들었어.

브런치에서 계속해서 나에게 숙제를 채근하여도 글을 발행하지 않을 거야.

그러면 어느 순간에 자동으로 제명되겠지 뭐 '


그렇게 을 놓고, 브런치를 놓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어느 작가님의 글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작가님은 꼭 지금의 내가 겪고 느끼고 있는 것을 그대로 같이 느꼈던 것 같이 글을 발행해 놓고 있었다.

이런이런 일들이 그때 자신에게 있었고 그래서 이런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다.

지금 내가 느낀 생각들 그대로였다.


그래도 그 작가님은 비록 서너 개에 불과한 라이킷을 달고 계속해서 자신의 글을 썼다고 하였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이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자신을 위해 자신의 글을 썼다고 하였다.


그랬다가 마침내 구독자의 수가 세 자리 숫자로 늘어났고 지금은 출판도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이런 것이었구나.


그 작가님의 글에 용기와 희망을 얻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끌어 당겼다.

라이킷에 신경 쓰지 않고 나의 글을 썼다.


그런데 그날 기적이 일어났다.


방금 쓴 그 글에 포기하고 마음을 비웠던 라이킷이 40건이 되었고 한 분의 작가님만 되어 있었던 구독자가 9분이나 되었다.

그 글에 특별한 어휘력을 동원시키지도, 특별한 소재가 등장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깨달았다.

내가 브런치에 손을 놓고 마음을 떠나 있었을 때 나에게 보낸 글을 계속 쓰라고 독려한 "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 하였던 그 뜻을ㆍㆍ


그 뜻을 깨닫는데 꼭 1년의 세월이 흘렀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1년이 되었다.


혹여 지금 막, 혹은 내일 브런치 작가가 되신 새내기 작가님들을 위해 저의  좌충우돌 브런치 작가 1년의 경험담을 올려 보았습니다.


어느 순간 힘이 빠지고 작가로서의 좌표가 흔들릴 때 잠시 쉬어 가시더라도 절대 포기하고 좌절은 하지 마셔요.

정말로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테니까요.


사랑합니다.

브런치 가족 작가님들~~♡












  





작가의 이전글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 과는 멀리하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