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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열 Feb 27. 2023

봄 마중

님 마중을 나갔다.

님이 보고 싶어 버선발로 님이 오시는 길로 마중을 나갔다.

1년 후에 다시 오마 약속하고 가신 님이 오신다기에 오시는 길목으로 님 마중을 나갔다.


님은 늘 고요히 오신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렇게 오셨다.


님은 늘 따스히 오신다.

5년 전에 오실 때도 그랬고 10년 전에 오실 때도 그렇게 오셨다.

올 해도 고요하고 따스히 오시려나 보다.


님이 오시는 길목이 고요하다.

바람 소리도 없고 빗소리도 없다.

그저 고요하다.


가끔씩 낮은 산속 어디에선가 울어대는  장끼 소리가 고요함에 고요함을 더해 적막하기까지 하다.

키 작은 바위가 산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 꼬박이며 졸고 있다.

바위 머리 위에 따스한 햇볕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님이 거기에 계셨다.

키 작은 바위 조금 위에 키 작은 매화나무에 작고 앙증맞은 매화꽃이 10송이 남짓 피어있다.


님이 꽃으로 오셨나 보다.


꽃을 좇아 바위 위 매화나무 곁에 서서 살포시 손에 얹어 만져보았다.

새색시 마냥 수줍게 손 위에서 파르르 떨고 있다.

 

가늘게 바람이 꽃의 볼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지나간다.


새로 피어난 꽃에 취해 있는 내 옆으로 물기 빠진 낙엽이 바람에 날려 날아간다.


봄의 꽃과 가을의 낙엽


태어남과 죽음

오는 것과 가는 것


만감이 교차한다.


앗?

그런데 방금 내 옆으로 날아간 것이 물기 빠진 낙엽이 아니라 낙엽색을 한 나비였다.


님이 바위 위 나무에 꽃으로 오셨고

님이 꽃의 곁으로 나비로 오셨다.


님 마중 나오기를 잘하였다.

봄 마중 나오기를 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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