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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열 Apr 08. 2023

인간관계

그들 셋이 살아생전에 보지 못하였던 굵은 팔에 서너 갈래의 얽힌 힘줄들이 호박줄기 같이 어깨에서 손목까지 길게 늘여 이어져 있었다.

가끔 그 팔뚝이 움찔거렸다.


눈은 사람의 눈보다 족히 열 배나 큰데 그 눈이 너무나 부리부리하여 쉽게 그와 눈을 마주치기 조차 어렵게 보였다.


머리와 몸통, 팔다리가 분명히 있어 형상은 사람인데 도무지 그들을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너무 장대하였다.

힘줄이 감고 있는 굵은 한쪽 팔에는 망치가 들려 있었고 다른 팔에는 망나니들이 들고 있는 긴 칼이 들려 있었다.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세 명이나 더 있었는데 그들 손에는 채찍과 도끼 같은 무시무시한 흉기들이 들려 있었다.


그들 넷이 그 무섭고 사납게 생긴 눈으로 앞에 앉은 세 사람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노려 보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두 명씩 좌우로 줄을 맞추어 섰다.

 


무섭게 생긴 그들이 물러간 자리에 긴 수염을 한 노인 한분이 섰다.

그 노인의 수염은 그의 머리보다는 짧았지만 족히 1m는 넘어 보였다.


손에 무기를 든 장성들이 그 노인 옆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 노인의 손에는 두꺼운 책이 들려 있었는데  낡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꽤나 오래된 책 같아 보였다.


노인이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세 사람한테 말하였다

" 너희 이름이 김 아무개, 이 아무개, 박 아무개가 맞느냐?"

무릎을 꿇은 세 사람은 자신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차례로 '예, 예'하며 대답을 하였다.


" 여기가 어딘지 아느냐? "

노인은 특정인을 지정하지 않고 세 명이 선 가운데를 보면서 물었다.


세 사람 중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다.

하지 못하였다.


" 여기는 염라국이다.

너희가 살았을 때 말하였던 저승이 여기다.

지금부터는 이곳이 이승이고 어제 너희가 있었던 곳은 전생이며 이제 곧 너희가 갈 곳이 내생이니라.

나는 염라국을 관장하는 염라왕이다 "


아~

염라대왕님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였다.


' 헉?

그럼 우리가 죽었다는 말인가?'

여기까지 세 사람의 생각이 같았다.


" 그래.

방금 너희가 생각한 데로 너희는 조금 전 죽었고 이제 너희가 살았을 때 한 업보에 따라 내생( 來生 )이 결정될 것이다."


입 밖으로 내지 않고 그저 생각만 하였을 뿐이데 그것을 정확히 읽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가 저승이고 저분이 염라대왕님 이신 것은 확실하여 보였다.


짧은 시간 셋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무리 생각을 하여도 그들은 살았을 때 착한 일, 선한 일 들은 아프리카에서 눈을 보는 것보다 작았고, 악하고 나쁜 일들은 습관처럼 많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강하였고 말이 강하였으며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어김없이 그 강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었다.

그것 때문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였고 그 관철에 쾌조불렀다.


나의 내생은 지옥임이 분명해 보였다.

염라대왕님의 큰 자비가 없는 한은ㆍㆍ


염라대왕이 손에 들고 있는 낡은 책자를 펼치더니 김 아무개부터 박 아무개까지 세 사람들의 살아생전 행적을 짧지만 임팩 있게 말씀하시고 세 명 모두에게 내생을 판결하셨다.


지옥에서 1,000년

그다음은 축생으로 태어나고 죽기를 100번 하고 다시 인간으로 환생하여 그때의 행적으로 다시 천국, 지옥행을 결정하되 그때도 지옥행이면 지금보다 열 배가 더해질 것이라는 첨언(添言)을 하시고 자리를 떠났다.


염라대왕이 자리를 뜨자 이내 작은 버스 한 대가 오더니 장성 넷이 그들 세명을 차에 태웠다.

지옥으로 간다고 하였다.


판결부터 지옥으로 가기까지 한치 망설임도 없었고 전광석화와 같았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그들 넷은 겁에 잔뜩 질려있었다.

지옥은 어떤 곳일까?

정말 불구덩이에 사람을 밀어 넣고 못방석에 사람을 앉히고 눕힐까?

정말로 사자(使者)들이 채찍으로 사람들을 때리고 아프게 할까?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멈춰 선 곳은 산세(山勢)가 수려하고 계곡의 물이 마치 거울과도 같이 맑은 따뜻한 곳이었다.

그들을 이곳까지 데리고 온 장성 넷이 버스에서 내리는 가 싶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이 무슨 시추에이션?

1,000년 동안 지옥에서 썩어야 하니 지옥에 도착하기 전에 잠시나마 천국을 만끽하라는 염라대왕님의 자비인가?'


한참을 기다려도 무서운 장성들이 돌아오지 않자 그들 셋은  일단 즐기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산과 계곡을 돌아다니며 지금을 즐기고 있었다.


자신들이 지금껏 살았던 전생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였던 온갖 꽃들과 온갖 새들이 평화롭게 어우러져 있었고 춥고, 덥고의 체감은 없었다.

그저 따뜻하였다.


' 아~

이곳이 천국이구나

이곳에서 영원히 머물 수만 있다면ㆍㆍ'


그들은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었지만 짧은 후회였다.


그곳에서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갔다.

한 달, 두 달, 석 달이  갔지만 그 누구도 그들 셋을 데리러 오지 않았다.


그렇게 석 달이 지났지만 아무도 그들 셋을 찾는 이도, 이리가라 저리 가라 하는 이도 없었다.

슬슬 불안해졌다.

지금 자신들의 처지가 꼭 거대한 폭풍이 오기 직전날, 폭풍전야 같았다.


성격들이 강한 그들 셋은 무엇하나 의견이 맞는 것이 없었다.

 사람이 밥을 먹자고 하면 둘은 야유회를 가자고 하고 잠을 자자고 하였다.

계곡 이곳에서 잠을 자자고 하면 또 다른 둘은 산에서 자자고 하였다.


그들은 하루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데 힘을 다 썼고 다투고 헐뜯는데 썼다.

살아생전에 그들이 평생해왔던 그들 셋의 습(習)이 그들을 힘들고 지치게 하였다.


그들은 각자 이들과 이곳에서 이렇게 사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서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이 편하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서너 달쯤 지났을 어느 날


지난번 자신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왔던 장성들이 지금 그 들이 있는 이곳으로 왔다.

김 아무개가 그 장성한테 물었다.


" 이보시오~

우리는 언제 대왕님이 판결하신 대로 지옥으로 갑니까?

도무지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가 싫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물이 펄펄 끓고 불이 활활 타오르는 지옥으로 어서 우리를 데려다 주시오.

어차피 그곳에서 천년을 견디며 벌을 받아야 하는데요."

하였다.


장성이 그들 셋을 측은히 보면서 조용히 말하였다.


" 지금 너희 셋이 있는 이곳이 지옥이다.

너와 똑같은 놈들 셋이서 이곳에서 천년을 보내야 하느니라.

서로 인간관계를 맺으면서ㆍㆍ"


사람들은 누구나 죽습니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이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쩌면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죽어서 가는 세상에는 천국, 지옥이 따로 없다고 합니다.

대신 죽기 전에 내가 살아왔던 똑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같이 사는 곳이 내생이랍니다.


우리 서로 아껴주고 존중해 주고 배려해 주는 삶을 살아서 나중에 가는 다음생에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자고요.


이승의 인간관계가 저승의 인간관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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