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의 형이상학
그날, 은하는 평소처럼 염소 우리를 정리하다가,
문득 한 장면에서 발이 멈췄다.
“.......?”
바닥에 흩어진 염소 똥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검고 단단한 구체들.
하지만 그 배열이, 이상했다.
“이거... 그냥 배설이 아닌데?”
도저히 우연이라 보기엔 너무나 계획적인 곡선.
은하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 물러났다.
정말로... 작은 블랙홀 하나가 중심이 되어,
그 주위를 중심으로 똥들이 소용돌이치듯 퍼져 있었다.
“이건 무슨 암호야...?”
손에 든 쇠스랑은 현실이었지만,
마음은 이미 토성의 고리 안을 유영하고 있었다.
은하는 생각에 잠겼다.
고동과 소라의 소용돌이, 태풍의 눈,
은하계의 나선팔,
그리고.. 지금 여기에 퍼져 있는 염소의 똥.
“모든 건... 나선이다.”
염소를 바라봤다.
그 녀석은 무심하게 되새김질하며,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우주의 본질은 배설이야.”
은하는 충격에 휩싸였다.
“혹시 이 세계는,
나선으로 뭔가를 암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은하는 잠깐 염소 똥을 보며
코스모스를 상상했다.
그 모습은 마치..
은하계에 갓 상장된 신규 우량주 같았다.
그 순간, 뇌 속 어딘가가 찌릿했다.
은하는 깨달았다.
“이건 프랙탈이야.
나는 지금... 염소우리에서,
나선 구조의 배설 신호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서며 말했다.
“이 세계는 미친 복붙이고,
나는 그 안의 한 점, 한 선,
한 줌의...
염소 똥이다.”
물론 그날 회관에 가서 이 얘길 꺼냈더니
왕언니가 말했다.
“어이~ 은하야.
너는 왜 자꾸 그런 걸 보냐?
너 요즘 똥보고 감동 받는겨?”
은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요즘은... 똥이 철학이에요.”
그리고 혼잣말로 되뇄다.
“우주의 진실은,
소용돌이 속에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