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08 아궁이의 엔트로피

장작은 질서를 태운다



은하는 오늘도 불을 지폈다.

밥을 해 먹어야 하니까.

그 단순한 이유 하나로,

도끼를 들고 장작을 쪼개고,

신문지를 구기고,

성냥을 켰다.



불은 쉽게 붙지 않았다.

늘 그렇다.

모든 질서는,

쉽게 연소되지 않는다.



은하는 불 앞에 쪼그려 앉아 생각했다.

“이 아궁이는... 우주의 축소판이야.”



장작은 고체의 질서,

불은 에너지의 해방,

그리고 남는 건 재.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은하의 손끝에서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첫 불은 늘 어렵다.

장작은 젖어 있었고,

불씨는 너무 작았다.


“이게 바로, 확률의 장벽이군..”


은하는 나무껍질을 찢으며 중얼거렸다.

“우주는 엔트로피를 좋아해.

질서를 무너뜨릴 때 쾌감을 느끼지.“



신문지 3장,

나무껍질 한 움큼,

그 위에 장작을 피라미드처럼 세우고,

성냥을 켰다.



“이거 완전, IPO 구조잖아?

가장 밑에 있는 투자자부터 타들어가는 시스템.”



은하는 불 앞에서

자본주의를 한숨으로 끓이기 시작했다.



불이 붙자마자 연기가 났고,

눈물인지 매운 건지, 흐릿하게 번져갔다.



“뜨거운 삶은, 항상 눈물과 함께야.

그러니까 사람들은 전기레인지를 선택하지.”




불이 붙기 시작했다.

된장국이 끓기 시작했고,

마늘 냄새가 퍼졌다.



불을 지피고,

불을 바라보고,

불에 손을 데고.



은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모든 건

질서를 부수고,

맛을 얻고,

다시 무질서 속에 던지는

삶의 순환 구조였다.



“나는 오늘도,

장작이라는 고체 자산을 소각해

감정이라는 열량을 확보했다.

지금 이 불은,

내 안의 냉소와 허기를 태우고 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마을 왕언니였다.

“어이~ 은하야, 거기 또 불 질렀냐?”



은하는 대답했다.

“아녀, 언니.

이건 화재가 아니라.. 철학이에요.”



전화기 너머에서 한숨이 들렸다.

“너는 철학이고 뭐고, 그냥 밥만 잘 챙겨 먹어라.”



은하는 전화를 끊고

아궁이 앞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맞아, 밥이 곧 존재야.”




그날 은하는 밥 한 공기를 먹었다.

된장국과 무말랭이,

그리고 묵은지 한 조각.



뜨거운 밥을 먹으며

생각한다.



‘내 안의 엔트로피는 줄었다.

하지만... 다음 장작이 날 기다리고 있다.‘



식사를 마친 은하는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조금의 숯을 아궁이 한쪽에 밀어 넣었다.

“에너지 보존은 삶의 미덕이야.”



그리고 속으로 되뇄다.

‘우주는 늘 식은 불을 원하지 않아.

살짝 뜨거운 게 좋아.‘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갯벌] 07 고라니는 텃밭 ETF를 공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