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07 고라니는 텃밭 ETF를 공략했다

분산투자에 분산된 건 나의 정신이었다



이젠 농사가 아니었다.

감정 자산 운용이었다.

나, 은하.

시골 감성 매니지먼트 대표.



이번엔 진짜 조심했다.

상추 같은 대장주는 쳐다도 안 봤고,

‘고라니 관심 없음’ 종목만 샀다.

ETF처럼 종목도 분산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아주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리스크를 나눴고

마음을 쪼개서 텃밭에 뿌렸다.




그리고...


그 녀석이 또 왔다.


그런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


상추만 갔던 고라니가

이번엔 전체 섹터에 입을 댔다.


치커리, 시금치, 열무모종까지.

그날 고라니는

텃밭을 통째로 인수했다.




나는 분산했는데,

고라니는 몰빵으로 들이댔다.

종목 나눈 나의 전략은

고라니의 그 한입, 한입에 무력화됐다.



그걸 보고 있자니

뭔가 철학적으로 느껴졌다.


나름대로 애썼는데,

자연은 그런 거 모르고 그냥 살아간다.




분산하면 안 망하는 줄 알았지?

분산하면 망하는 속도가 균등해질 뿐이야.

그걸 오늘, 깨달았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섰다.

종잣돈, 작물, 희망, 이자 없는 애정까지.

모두...


고라니가 매수했다.





# ‘분산 투자’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서

제가 주식을 아는 건 아닙니다.

그냥.. 텃밭을 멋있게 말해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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