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에 분산된 건 나의 정신이었다
이젠 농사가 아니었다.
감정 자산 운용이었다.
나, 은하.
시골 감성 매니지먼트 대표.
이번엔 진짜 조심했다.
상추 같은 대장주는 쳐다도 안 봤고,
‘고라니 관심 없음’ 종목만 샀다.
ETF처럼 종목도 분산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아주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리스크를 나눴고
마음을 쪼개서 텃밭에 뿌렸다.
그리고...
그 녀석이 또 왔다.
그런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
상추만 갔던 고라니가
이번엔 전체 섹터에 입을 댔다.
치커리, 시금치, 열무모종까지.
그날 고라니는
텃밭을 통째로 인수했다.
나는 분산했는데,
고라니는 몰빵으로 들이댔다.
종목 나눈 나의 전략은
고라니의 그 한입, 한입에 무력화됐다.
그걸 보고 있자니
뭔가 철학적으로 느껴졌다.
나름대로 애썼는데,
자연은 그런 거 모르고 그냥 살아간다.
분산하면 안 망하는 줄 알았지?
분산하면 망하는 속도가 균등해질 뿐이야.
그걸 오늘, 깨달았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섰다.
종잣돈, 작물, 희망, 이자 없는 애정까지.
모두...
고라니가 매수했다.
# ‘분산 투자’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서
제가 주식을 아는 건 아닙니다.
그냥.. 텃밭을 멋있게 말해보고 싶었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