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계획이었고, 인생은 사고였다.
고라니가 상추를 뜯어먹은 그날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인간은 갑자기 글을 쓰겠다고 앉았는가
은하는 어제 아침에 물도 줬고, 흙도 다져줬다.
상추가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아침에 나가봤더니… 야생의 패션왕 고라니가 뜯고 간 상추는 꼭 가위로 잘린 것처럼 단정했다.
은하는 첫날부터 조용히 살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이사 오자마자 고라니가 텃밭을 휘저어 놨다.
직박구리도 아니고, 야생의 성악가 고라니.
풍악을 울리며 상추를 다 뜯어먹고 소리 지르고 갔다.
세상의 화학성분들 농약과 항생제, MSG를 거부한다고 선언했지만 스트레스 한 번만 풀어야겠다
끓인다, 라면을.
조용하고 외로운 삶은 일단 킵.
“내일부터는 유기농.”
라고 중얼이며 스프를 부었다.
라면을 먹고서 다짐했다.
이제 저 남아있는 작물들이 자라면,
이 세상 음식과는 작별이다.
가라, 포장지.
물러가라, 방부제.
나는 뿌리와 잎과 열매를 먹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해산물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