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은 끝났다, 이젠 생존이다
두 시간 동안 갯벌 속에서 돌을 캐다 보니,
내 인생도 돌덩이 같단 생각이 들었다.
조개는 없었다.
겨우 10개를 모았고,
나는 도망쳤다.
바닷가를 등지고 뛰었는데,
그 모습이 약간 해녀 유령 같았다고
누가 나중에 말했다.
집에 와서 조개 열 개를 싱크대에 올려뒀다.
비린내는 조개에서 나는 게 아니라,
내 장화에서 났다.
앉으려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크흐읍.”
내가 낸 소리인데, 처음 듣는 소리였다.
뼈에서 난 게 아니라, 마음에서 난 것 같았다.
이건 그냥 근육통이 아니고,
‘삶통’이었다.
내일이 두렵지만 이미 어촌계 회비를 냈다.
그러니까, 돌아가야 한다.
다음 날 아침,
다시 바다로 갔다.
망설였지만, 다녀오지 않으면 ‘사치스러운 체험학습’이 돼버릴 것 같아서.
그게 싫었다.
바다는 비쌌고,
난 이미 내 돈을 냈다.
사실 내가 기대한 건
그냥 하루에 바지락 20개 정도 캐서
바지락탕이나 해먹고 미역국에도 몇 개 넣고
가끔 통발에 걸리는 생물체들이었는데.
장화는 아직 젖어 있었다.
장화가 젖어 있는 건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내 마음도 젖어 있었단 거다.
염분과 자존심이 섞인 물에,
나는 이미 어제 한 번 빠졌다.
근데 또 간다.
이게 사랑이냐면, 아니고.
생계다.
갯벌 한복판에 어제 그분들이 또 있었다.
누군가는 조개망을 메고 있었고,
누군가는 갯벌에 엎드려 있었다.
사람이 엎드려 있으면 보통 절박하거나 기도 중인데,
여기선 조개 때문이었다.
이상하게 슬펐다.
마음을 다잡아본다.
오늘 나는,
어제보다 하나 더 캐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비참해지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그 기술을 배우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