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온도: 0도

I Love You and Boil Water



“Freeze.”

고라니가 말했다.

영어였다.

은하는 잠시 얼었다.



‘왜 저 단어는 항상 감정이 하나도 없을까.’



’Freeze’는 사람을 멈추게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공감 대신 냉장고 소리가 났다.



“지금 .. 나를 멈춘 거야?

아니면 김치도 같이 멈추라는 거야?”




은하의 영어 불신은 깊다.

그녀는 영어를 보면 화학원소표를 펼친다.



Freeze = O₂ at 상온 = 상온 명령어

Love = C₆H₁₂O₆ = 감정 단맛 첨가 코드(GI지수 100)

Sorry = NaOH(약염기)

Talk = H₂O + NaCl +약간의 구강박테리아



그녀의 머릿속에서 영어는

언제나 무색, 무취, pH 중성의 액체였다.

절대 감정이 끓어오르지 않았다.

말인데도 액체였다.





[직역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놈의 결정적 무표정]


은하는 말한다.


“영어는 그거야.

감정 없는 말투의 왕국.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I love you’라고 말한 다음 라면 끓이는 느낌.”



그녀는 한국어로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말을

영어로는 쉽게 한다.

왜냐하면 영어에는 부끄러움이 없다.

감정을 적당히 얼려서 냉동보관하고, 꺼내 쓴다.





[모국어는 왜 이렇게 부끄러운가?]


“근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너무 오글거려서 못 견디겠어.”


은하는 자신이 ‘사랑해’라고 말하려다가

입 안에 고추장 발라진 느낌이 든다며

기겁한 적이 있다.

너무 진하다.

모국어의 감정 농도는

조청+쌀엿+찹쌀+울컥+울분이다.




[고라니와의 영어 수업 - 감정 없는 대화 실습]


“Repeat after me,”

고라니가 말했다.


“Freeze.”

은하가 복창했다.


“Freeze.”

고라니.


“Freeze.”

은하.




그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감정이 없었다.

둘 다 얼어 있었다.

냉장고였다.

말은 했지만, 그 어떤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론 – 영어는 감정이 아니다. 영어는 실험실이다.]


은하는 기록했다.


Freeze는 명령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정 동결제였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고드름처럼 성장 중이었다.


그녀는 냉동된 감정 속에서,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요.. 혹시, 감정 해동하는 말은 없나요?”


고라니는 대답했다.

“Try... 미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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