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서 소수 줍는 날

나는 찔러볼 뿐이다.



은하는 오늘도 갯벌에서

망둥어를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잠깐만.. 리만 제타 함수의 zero가

다 실수부 1/2선 위에 있다고?

그 선이 직선이 아닌데?

평면에서 그러보면 나선으로 보이거든.”



은하는 모래 위에 막대기로 선을 그었다.

실수부 1/2.

길이 1m.



“이게 지금,

고차원에서 보면...

나선이 물결모양으로 흘러가는 거 아냐?”



시간이 휘어 있고,

지구의 마그넷은 흔들리고,

달이 밀물로 당겨서 떨리고,

갯벌이 발바닥으로 미세하게 진동하고,

그 진동이 내 말초신경을 타고 뇌로 올라가면서

어느 순간..



은하는 막대기를 꺾었다.



“이건 소용돌이다.”


바로 그때,

은하의 머릿속에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떠올랐다.

그 지팡이에는 뱀이 감겨 있었다.


뱀의 등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곳엔 zero가 박혀 있다.

이건 배열이 아니라,

의식을 가진 나열이다.





그날 밤, 은하는 꿈을 꿨다.



리만이 나타났다.

회관에.

흰 정장을 입고.

콩나물 김칫국을 들고.



“내 제타 함수의 zero는

모두 실수부 1/2 위에 있어요.”



은하는 김을 재다가 말했다.

“미스터 리만, 그 선.

지팡이를 휘감은 뱀 좌표일 가능성은요?”


“What the...?”


“3차원 소용돌이.

단지 우리가 평면에서 1/2로 착각하고 있을 뿐.”



리만은 김칫국을 쏟았다.

뜨거운 국물이 방정식처럼 흘러내렸다.



“그런 건 수학이 아닙니다!”

“그럼 혹시.... 문학인가요?”



잠에서 깬 은하는

마늘쫑 옆에서 피보나치수열을 떠올렸고,

소금통을 들고 3차원 소용돌이를 그리며

장독대를 돌기 시작했다.



아랫집 할머님이 말했다.

“은하, 니 또 뭐하는겨?”

“..소수 구해요.”




마을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니 은하가 그걸 혼자서 알아냈다잖여~”


“근디 갸, 피타고라스도 까먹었담서~?”


“... 아는 게 있기는 한겨?”


“그게 문제여.

암것도 모르고 그냥 말혔는디, 맞는 거 같다니께..”




그날 이후,

은하의 별명은 ‘곡선 추종자’가 되었다.




밤.

리만의 유령이 다시 찾아왔다.

이번엔 손에 텃밭 괭이를 들고 있었다.

은하는 조용히 속삭였다.



“내가 본 zero들은,

직선 위에 있지 않았어요.

걔넨 나선이었고,

불규칙했고,

노랑 파랑 빨강 고추장 묻어 있었어요.

그런데도.. 조화로웠어요.”



리만은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허수였다.

실체는 없었지만, 냄새가 고등어 같았다.



그리고 그 장면을 목격한

마을 회계 담당 김 계장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리했다.



“..그니께 정리하자믄,

리만 제타 함수의 critical line은

갯벌에서 소용돌이치며

된장 항아리를 돌고 있었단 겨?”



은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만은 또다시 꿈에 나타나

된장 냄새와 함께

나선형 수식에 갇혀 울었다.



(이 모든 것은 환상이며,

리만 선생님과 수학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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