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명상하고, 바라보다

Eat, Pray, Love



그 녀석이 또 왔다.

이번엔 대놓고 쳐다봤다.



은하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이건 그냥 작물 싸움이 아닌,

영혼의 대치다.



고라니가 눈을 깜빡였고,

그 눈빛에서 어떤 메시지를 읽었다.




"네가 먼저 뿌렸잖아."




그 순간,

이마 한가운데가 간질간질해졌다.

제3의 눈, 활성화.





명상 앱을 켰다.

소리는 나무 피리,

화면은 보랏빛 로터스.

자세는 완전 연꽃자세.




고라니는 놀라지 않았다.

아니, 따라 앉았다.




그도 명상 중이었다.

(분명히 자는 게 아니었다. 코 골지 않았거든.)





내면에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고라니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고라니는 나다. 내가 고라니다.

나는 너고, 너는 나다.




은하는 고라니와 의식의 결합을 이루었다.




이 싸움은 물리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전쟁이었다.






그날 밤,

다시 한 번, 제3의 눈을 깨우기로 결심했다.

이마 한가운데에 손을 얹고 외친다.



"차크라여, 일어나라!"



그리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고라니를 만났다.

스님 차림이었고,

주황색 가사 두르고 있었다.

목에는 치커리로 엮은 염주.




고라니 스님이 말했다.

"그대는 아직 육식을 내려놓지 못했구나."



은하가 대꾸했다.

"치커리는 네가 먹었잖아."



그는 조용히 염주를 돌렸다.

"나는 그걸 너의 업보라 불렀다."





은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건 그냥 고라니가 아니야.

저건...



..내 고라니다.

아니지.

미친 소리 하지 마.

내 업이다.



아니지.

고라니가 곧 업이고, 업이 곧 나다.



그렇게 그녀는 또 한 겹 껍질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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