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회수 요청서

Did You See My Water Deer?





비구름은 세상의 죄를 씻는 척하면서,

은하의 밭만 정확히 저격해 침수시켰다.



텃밭은 흙탕물에 다 떠내려갔고,

은하는 바지에 비닐봉지를 덧대 입고

갯벌을 헤매며 바지락을 줍고 있었다.



그때였다.

마을 단톡방에 이런 제보가 떴다.




[공동 알림]

ㅇㅇ섬 주민분이 연락 주셨습니다.

갯벌에서 건너온 듯한 고라니 한 마리가

민들레밭 인근을 배회 중입니다.

은하님 고라니 같은데, 데려가세요.




은하는 폰을 내려놓고 침묵했다.

...내 고라니가, 섬까지 갔다고?

수영을 한다고...?





장비를 챙겼다.



소라껍데기로 만든 호루라기.

시든 상추(유인용).

쓸쓸함과 책임감(기본 장착).




고무장화를 신고 배를 탔다.

왕언니가 운영하는 패들보트.

전동기 없고 인력 100%. 자급자족형 교통수단.





도착하자,

섬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이거... 니 고라니 맞아요?

민들레밭 다 망쳐놨어요.

밤마다 시선 느껴져서 잠도 못 자요.

얘... 뭔가 사연 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고라니.

텃밭 옆 수로에서

물에 반쯤 담긴 채,

호박잎을 씹고 있었다.



“고라니야…”



고라니가 고개를 들었다.

잠시 정적.

그리고,

윙크.




그 순간,

은하는 확신했다.

“맞아, 내 고라니야…”




고라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은하를 빤히 쳐다보았다.


눈동자는 여전히 동그랬고,

그 속에는 물기가 맺혀 있었다.


텃밭이 떠내려가자,

먹을 것도 없이 떠돌았겠지.





은하는 고라니를 안고 돌아왔다.

가벼웠다.

무게 말고,

인생이.





은하는 그날 밤,

고라니랑 나란히 누워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 떠내려가도 괜찮아.

네가 돌아왔으니까.

이제 우리, 물 때 계산하면서 살아보자.”



고라니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코를 훌쩍였다.

민들레 씨 하나가

코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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