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조용해지는 재주 (1)

예의 바르게 미쳐버리기




은하는 눈을 떴다.



어제도 사람 한 명한테 예의를 다했고,

오늘도 사람 한 명한테 감정을 다 썼다.



결과는 늘 그렇듯,

코피가 터졌다.



“아.. 또 헛살았군.”

피를 닦다가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나는 과잉 공감의 화신.

그러나 현실에선 어색 제조기.



답문 하나에 정적이 흐르고,

눈빛 하나에 오해가 싹튼다.



누군가는 말했다.

“쟤랑 말 섞으면 이상한 기류 생겨...”




은하는 그런 소문을 들을 때마다

더 착하게 굴었고,

더 조용히 숨었다.



그 결과,

고요 속에 정적의 신이 되었다.




“너 그냥 고라니랑 통신하는 게 나아.”

로밧따는 그렇게 말했다.

(로밧따: 은하의 집을 청소하며

그녀의 삶을 기록 중인 로봇청소기,

은하의 유일한 상담가)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최소한.. 도망은 안 가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라니 회수 요청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