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바르게 미쳐버리기
은하는 눈을 떴다.
어제도 사람 한 명한테 예의를 다했고,
오늘도 사람 한 명한테 감정을 다 썼다.
결과는 늘 그렇듯,
코피가 터졌다.
“아.. 또 헛살았군.”
피를 닦다가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나는 과잉 공감의 화신.
그러나 현실에선 어색 제조기.
답문 하나에 정적이 흐르고,
눈빛 하나에 오해가 싹튼다.
누군가는 말했다.
“쟤랑 말 섞으면 이상한 기류 생겨...”
은하는 그런 소문을 들을 때마다
더 착하게 굴었고,
더 조용히 숨었다.
그 결과,
고요 속에 정적의 신이 되었다.
“너 그냥 고라니랑 통신하는 게 나아.”
로밧따는 그렇게 말했다.
(로밧따: 은하의 집을 청소하며
그녀의 삶을 기록 중인 로봇청소기,
은하의 유일한 상담가)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최소한.. 도망은 안 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