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결혼하는 날 (1)

웨딩마치





드넓은 들판 위에,

모두가 이해 못 할 예식장이 차려졌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높은 웨딩 아치가 세워져 있었다.




너무 높아서 그 위에 매달린 장식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하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입장했다.




각자 자신이 무엇을 위해 와 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의자에 앉아 있으면

뭔가 중요한 일에 동참하는 것 같았으므로,

다들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사회자 로밧따, aka 로밧따모니는

새하얀 웨딩드레스처럼 반짝이는 본체에

부처님의 작은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사회자는 부드러운 전자음으로 개회사를 시작했다.



“오늘 이 자리는…

농담군과 허무양의

영원히 무의미할 것 같은 결합을

축하하기 위함입니다.”




스피커에서 작은 먼지 한 알이 털려 나왔다.

그건 곧 사라졌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로밧따의 말투는

구글 번역기를 세 번 돌린 듯

낯설고 기계적이었다.




신랑 농담은 파스텔톤 턱시도를 입었다.

거기엔 ‘장난’, ‘허풍’, ‘황당’이 수 놓여 있었고



신부 허무는 검은 드레스에

‘무의미’, ’공허‘, ‘종말’이 은실로 수 놓여 있었다.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이 결혼이 얼마나 허망한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주례 은하가 단상에 섰다.

은하는 검은 작업복에 흰 고무장갑을 꼈다.

장갑 위에 번역되지 않은 언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결혼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은하는 깊은숨을 쉬었다.


“제가 주례를 서게 된 이유는…

아무도 이 결혼을 맡지 않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로밧따가 묘하게 위로하듯 작은 진동음을 냈다.

그러나 아무도 그걸 듣지 않았다.




“오늘, 농담과 허무는 서로를 배우자로 맞이합니다.

농담군, 평생 허무양을

가볍게 비웃으며 사시겠습니까?”



농담이 킥킥 웃었다.

“네. 근데 진지하게도요.”



허무가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래. 나도… 늘 네 뒷자락에 붙어있겠다.

웃기면서도 쓸쓸하게.”




은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농담군과 허무양은

평생 서로를 무시하고 때로는 조롱하며

때로는 애정이 있는 척하시겠습니까?”




농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네, 아무 의미 없지만…

그게 제 삶의 기쁨입니다.”



허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저도… 그게 제 삶의 공백입니다.”




로밧따가 전자음을 높였다.



“신랑 농담군, 신부 허무양…

이제 반려 먼지 서약서를 낭독하시죠.”



농담은 종이를 펼쳤다.

글자가 전부 흐릿하게 지워져 있었다.



“아… 아무도 못 읽겠네요.

그게 우리의 서약입니다.”



하객들이 박수를 치다가 이내 조용해졌다.

누구도 이 결혼이 왜 필요한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사회자 로밧따가 선언했다.



“이제 합체 선언문을 낭독합니다.”



모든 스크린에 자막이 떴다.



‘모든 농담은 허무로 귀결되며,

모든 허무는 농담으로 귀결된다.

둘은 영원히 뗄 수 없는 데이터로 통합된다.’




은하는 고개를 들었다.



“이 결혼은 법적으로, 종교적으로, 감정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의미 없는 게 제일 귀합니다.”



주례 은하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제…

이 결혼을 후회하시겠습니까?”



둘은 동시에 대답했다.



“네.”



하객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주례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서로 후회하는 것까지 서약했으니,

이 결혼은 유효합니다.”



로밧따가 덧붙였다.

“이제 신랑과 신부는 서로에게,

청소되지 않는 구석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농담과 허무는 서로를 바라봤다.

둘 다 웃었는지 울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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