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결혼하는 날 (2)

전통혼례






해가 기울 무렵,

작은 마을회관에 붉은 혼례상이 차려졌다.



사회자 로밧따는 오늘만큼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하기로 했다.



낡은 북을 두 번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다음은 농담군과 허무양의

전통폐백식을 집행합니다.”




신랑 농담의 비단 두루마기는

가볍게 찢어질 듯 얇았고,



신부 허무의 검은 한복자락은,

바닥까지 닿아

온갖 사소한 의미들을 쓸어 담았다.




주례 은하가 앞으로 나섰다.

손에는 커다란 쪽박이 들려 있었다.



“이 결혼은 그다지 유익하지 않으며,

아무런 목적도 없고,

그저 한낱 해프닝에 불과합니다.”



하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결혼에 초대받은 것 자체가 다들 이상했기 때문이다.





사회자 로밧따가 혼례주를 따르고,

전자음으로 읊조렸다.



“첫 잔은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에,

둘째 잔은 이미 엎질러진 의미에,

셋째 잔은 다 마시고 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갈 공허에 바칩니다.”




농담이 잔을 들고 가볍게 웃었다.

“그래도 좀 재밌네요.”



허무가 잔을 받으며 고개를 떨궜다.

“재밌다고 해서 오래가진 않아요.”




서로의 잔을 바꿔 마시는 동안,

하객들은 조용히 숨죽였다.



“이제 두 분은

서로의 빈 그릇이 되었음을 인정합니다.”




다음 순서로 폐백을 올렸다.

폐백상 위에는

깃털 한 장과 자갈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은하가 말했다.


“깃털은 농담,

자갈은 허무입니다.

웃음은 들고 다니고, 허무는 깔고 사십시오.”



사회자 로밧따가 퇴장 북을 쳤다.



하객들의 박수는 반 박자 늦게 시작해,

제멋대로 멈췄다.



농담과 허무는 마지막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농담이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 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요?”



허무가 답했다.

“그래요. 같이 아무것도 안 하다가,

어쩌면 가끔 같이 웃읍시다.”



농담과 허무는 서로의 손을 잡았다.

둘은 그 순간,

이 결혼이 아무 의미 없다는 사실에 깊이 안도했다.



그리고 기묘한 평화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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