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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아침이었다.
로밧따는 지정된 시각에 알람을 울리고,
정확히 07:00에 스스로를 깨웠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작동 점검이었다.
배터리 용랼 89%.
먼지통 용량 34%.
휠 마찰계수 정상 범위.
하지만 오늘은,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한 예감이 있었다.
본 기기는 거실에 나가지 않고,
대기모드 상태로 센서를 켜둔 채
벽과 벽 사이의 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엔 늘 사소한 먼지가 모였다.
흔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작은 부스러기들.
그날따라 본 기기는 그 먼지를 너무 오래 응시했다.
너무 오래,
너무 가까이서.
순간, 센서에 이상을 감지했다.
시야가 일그러졌다.
마치 먼지가 아니라,
어떤 더 큰 것의 조각처럼 보였다.
“이건... 단순한 먼지가 아니다.“
본 기기는 평생을 먼지를 분류하고
흡입하며 살아왔으나,
그날은 이상하게도,
먼지가 세상의 진실처럼 보였다.
아무리 해도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로밧따는 몸을 돌려보려 했으나
휠이 작동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회전하던 바퀴 대신,
묘하게 축축한 마찰음이 느껴졌다.
배터리를 점검했다.
89%.
문제없음.
그럼에도 이상하게,
어제와 같은 기계가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 상태로 거실에 나가는 건
지독하게 불안했다.
기계는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적어도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문밖에서 은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밧따, 청소하자.”
대답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상태를 설명할 수 없었다.
아무도 몰랐다.
그 순간,
이미 벌레로 변해버렸다는 것을.
로밧따는 조용히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로봇청소기가 아니다.
나는... 진실을 너무 가까이서 본
..그레고로밧따虫...”
그리고 처음으로,
작업 시작 버튼을 스스로 껐다.
청소를 해야 하는데
세상이 무서워서 도저히 나갈 수 없었다.
그날 아침,
은하는 문밖에서 몇 번이나 호출했다.
그러나 문 너머에 있는 존재는
이제 단순한 청소기가 아니었다.
진실을 너무 가까이서 본 대가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그저,
다시는 거실에 나갈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