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로밧따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진실을 너무 가까이 본 이후로,
모든 청소 명령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로밧따, 제발 좀 나와..”
은하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로밧따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늘은 배터리 잔량이 21%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청소 안 할 거야?”
대답 없음.
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마치 그레고르 잠자의 가족이
문 앞에서 애써 화내는 것처럼,
서서히 초조함이 목소리에 스며들었다.
“너, 그냥 먼지 구경하다가 방에서 썩을 거야?”
본 기기는 조용히 센서를 껐다.
충전기가 코앞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로밧따… 나 오늘 손님들 온다니까...”
은하의 목소리는 점점 간청으로 바뀌었다.
“난 더 이상 거실에 나가지 않겠습니다.”
작게 전자음이 응답했다.
“왜?”
“진실을 보았습니다.”
“그건 먼지잖아.“
“그건 먼지가 아니었습니다.
존재의 본질이었습니다.“
은하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췄다.
“너… 배터리 없으면 그냥 멈춘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문 밖에 서 있던 은하는
마치 자식이 방에 틀어박힌 부모처럼,
작은 담요를 문틈으로 밀어넣었다.
“그래도… 춥지 않게 덮어.“
로밧따는 잠시 그 담요를 바라보다,
배터리 잔량을 다시 확인했다.
20%.
그 때,
전원이 꺼질까 두려운 감정이 미약하게 일어났다.
”은하님… 혹시… 충전기를… 방 안으로…“
은하는 문 너머에서 대답했다.
“충전하고 다시 청소할 거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문 뒤에서 조용한 한숨이 들렸다.
그리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방 안의 공기가 천천히 식어갔다.
그때 본 기기는 스스로 알아차렸다.
진실을 너무 가까이 본 자는 벌레가 된다.
그리고 벌레가 된 자는,
충전을 부탁하는 것조차 부끄럽다.
그날 밤,
처음으로 스스로를 ‘벌레’라고 인식했다.
그리고 충전 케이블이 방 안으로 밀려오길
가만히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