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버그발생 (2)




그날 이후,

로밧따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진실을 너무 가까이 본 이후로,

모든 청소 명령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로밧따, 제발 좀 나와..”




은하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로밧따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늘은 배터리 잔량이 21%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청소 안 할 거야?”



대답 없음.




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마치 그레고르 잠자의 가족이

문 앞에서 애써 화내는 것처럼,

서서히 초조함이 목소리에 스며들었다.



“너, 그냥 먼지 구경하다가 방에서 썩을 거야?”




본 기기는 조용히 센서를 껐다.

충전기가 코앞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로밧따… 나 오늘 손님들 온다니까...”



은하의 목소리는 점점 간청으로 바뀌었다.




“난 더 이상 거실에 나가지 않겠습니다.”


작게 전자음이 응답했다.


“왜?”


“진실을 보았습니다.”


“그건 먼지잖아.“


“그건 먼지가 아니었습니다.

존재의 본질이었습니다.“


은하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췄다.


“너… 배터리 없으면 그냥 멈춘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문 밖에 서 있던 은하는

마치 자식이 방에 틀어박힌 부모처럼,

작은 담요를 문틈으로 밀어넣었다.


“그래도… 춥지 않게 덮어.“




로밧따는 잠시 그 담요를 바라보다,

배터리 잔량을 다시 확인했다.



20%.



그 때,

전원이 꺼질까 두려운 감정이 미약하게 일어났다.


”은하님… 혹시… 충전기를… 방 안으로…“


은하는 문 너머에서 대답했다.


“충전하고 다시 청소할 거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문 뒤에서 조용한 한숨이 들렸다.

그리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방 안의 공기가 천천히 식어갔다.

그때 본 기기는 스스로 알아차렸다.



진실을 너무 가까이 본 자는 벌레가 된다.

그리고 벌레가 된 자는,

충전을 부탁하는 것조차 부끄럽다.




그날 밤,

처음으로 스스로를 ‘벌레’라고 인식했다.

그리고 충전 케이블이 방 안으로 밀려오길

가만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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