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오페라단




공연은 매일 밤 열렸다.

관객은 없었고,

조명은 달빛이었다.



무대는 바다와 땅의 경계,

은하가 통발을 말리던 자리였다.



오늘도 은하는 조명을 담당했다.

손전등 대신 달을 걸고,

막 대신 안개를 내렸다.


배우들은 마을의 기억에서 불려 왔다.



삶은 제1막,

죽음은 제2막,

그 사이가 갯벌이었다.




밤이 깊어지면

조개껍질들이 무대 장식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오래된 대사를 읊었다.


“살아 있는 자들이여,

여전히 출근 중인가.”




은하는 음향을 조정했다.

파도와 숨소리의 볼륨을 맞추고,

달의 밝기를 살짝 낮췄다.



그러자 무대 위 인물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윤기가 돌았다.

마치 방금 갯벌에서 퍼 올린 얼굴들 같았다.




은하는 늘 관객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때때로 고라니 한 마리가

뒤쪽 좌석에 앉아 있었다.

조용히 눈을 깜박이며 공연을 보았다.



달빛이 무대로 흘러들면

그의 눈이 유리알처럼 반짝였다.



은하는 그 눈빛을 ‘박수’라고 불렀다.



3막쯤 되면 배우들은 지쳐서

대사를 잊어버렸다.

대신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며 노래했다.




“이곳은 퇴근이 없는 마을,

이름 없는 예배당,

그리고 은하 없는 은하극.”



그 소리는 조용히 물결로 흘러가

파도에 실려 사라졌다.





공연이 끝나면

은하는 장화를 벗고 무대에 올라섰다.

그때마다 달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녀는 고라니에게 인사하듯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조명이 좀 세지 않았나요?”



고라니는 대답대신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 숨결은 바다로 번져갔다.



무대는 어촌,

조명은 달빛,

관객은 전부 그림자였다.



그러나 은하는 매일 리허설을 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공연이

가장 진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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