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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미키마우스

 뉴욕에 집 사기 제가 한번 도전해볼게요!

50년도 더 된 뉴욕의 우리 집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아래층 중국집 냄새가 참 인간적인(?) 소호의 원룸이다.  

맛있는 냄새 때문인지 아니면 오래된 건물 탓인지 벽을 타고 종종 방문하는 바퀴벌레와는 가끔 모닝커피도 할 수 있는 낡은 아파트지만 매력적인 뉴욕의 정취에 빠져 나름 만족하고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엌에서 들려오는 바스락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나는 기겁을 하고 마는데...

그건 바로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하고 맛있는 냄새를 찾아 들어온 귀요미 미키마우스였다.

“자네는 또 어디서 온건가?!”

이 조그만 친구와 눈싸움이 시작됐다.



미키와 나... 몇 시간의 대치 상황...

고소한 땅콩잼과 '빗자루 나르샤'를 연상케 하는 피 튀기는 사투 끝에 드디어 체포(?)를 할 수 있었고 한바탕 소통을 치르고 나니 왠지 모를 허탈감에 잠이 오지 않았다.

이렇게 쥐와 바퀴벌레를 룸메이트로 두고 살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지면서 이런 나의 뉴욕 생활이 부끄럽고 멍청해 보여 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 오랜 뒤척임 끝에 나는 마음을 먹는다.

"그래, 결심했어. 집을 사자.  미키가 없는 나만의 집을!"



난 한번 맘먹으면 철저히 밀어붙이는 음양오행 "금"형 체질이라 바로 '현실형 집 사기 부루마블'을 시작한다.

먼저 법적 자격과  집값의 20% 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는 가장 중요한 종잣돈 마련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저축계획을 짜고 꾸질 해 보일 정도로 타이트한 생활을 하기로 맘을 먹는다.  무식하다고 할 정도로 짧고 굵게 모으는 "매월 150불로 생활하는 미친 절약 " 전략이라고...  간단히 예를 들면,  



1 생활비 150불  (나머지는 자동 저축)

2 점심은 도시락, 저녁은 집에서 (음식 잘하는 여자 매력 있잖아? )

3 우리 집은 커피 맛집 (집 커피가 최고!)

4 자전거 통근 (건강 까지 잡는 일석이조)

5 주식 & 고금리 예금계좌와도 친해지기 (인덱스 펀드와 정기적금 들기)



이렇게 몇 달이 지나니 10분의 1로 줄은 생활비도 웬만큼 적응이 되어 갔고, 가끔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모여 가는 걸 보며 힘을 낼 수 있었다.  저축 외에도 나는 주중에는 변호사, 은행 대출원, 부동산 중개인들을 만나고 주말에는 오픈 하우스를 찾아 집을 보러 다니며 신나고 줄기차게 내 계획을 진행해 나갔다.  뉴욕이라는 콘크리트 정글에서 내 영토를 찾아 헤매는 암사자가 된 것이다.



이렇게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단시간 혹사해서 빨리 종잣돈을 마련하리라는 불같은 의지에 무리한 저축을 감행했고 이런 나의 열정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열심히 일한 회사에서의 연봉도 오르는 행운을 맞이한다. 

그 결과 나는 5년이 걸릴 저축을 3년에 끝내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된다!

사고 싶은 거 안 사고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산 그 3년을 생각하면.., 'patience is bitter but the fruit is sweet'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라는 오래된 '꼰대'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이 정답인 듯도 하다.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힘들었던 3년간의 여정을 떠올리면  

참고로 난 집을 사면서 같이 그 역사적인 웃픈 날의 에피소드를 떠올릴 수 있는 귀여운 미키 마우스 인형을 하나 샀다.  내 마음속 집 사기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을 기리며 기념품 같은 취지로...

그리고 이제 미키 인형은 런던이면 런던, 파리면 파리, 이사 갈 때마다 챙겨 오는 나의 좋은 '집 지킴이'가 되었다.

 


p.s 

미키에게..

"고마워 미키~

힘들 때 나를 위로해줘서..

헌 집 주면 새집 준다는 두꺼비보다 네가 나은 것 같다. 그럼 오늘도 우리 집을 부탁해~

굿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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