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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멋의 미학

힘을 뺀 조화로움에서 오는 미덕...셀린느 공간의 하모니

'조화'란 두 개 이상의 여러 디자인 요소들의 상호관계가 분리됨 없이 잘 아울려 나타나는 미적 형식이다. 균형감을 잃지 않는 상태에서의 변화와 통일을 이룬 상태를 뜻하는 이 단어는 내가 공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이다.  그간 수많은 상업 프로젝트 공간을 진행하면서 이 조화, 그중에서도 '자연스러움'의 조화라는 단어가 가장 잘 표현된 브랜드를 꼽자면 단연 셀린느 일 것이다.  브랜드 수장이었던 피비의 강력한 요구로 루이비통이나 샤넬 같은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와는 다르게 살짝 힘을 뺀, 유기적 관계에서 오는 감성과 심플함을 추구했고 공간 전체의 '자연스러움'이 주는 편안함과 고요한 감정의 동요에 초점을 맞췄기에 셀린느는 조화로움이 잘 표현된 프로젝트였다.



우리는 살면서 자연스러움이 주는 일상의 공간을 과소평가하곤 한다.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튀는 공간이나 고급스러움이 강조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공간에는 감탄하지만 치우침 없으면서 평온함이 느껴지는 단순한 공간은 지나쳐 버리기 쉽다. 하지만 이런 순수함과 절제미를 강조한 심플한 공간들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아마 전문가들은 알 것이다.  당시 셀린느의 수장이었던 피비 필로는 그걸 아는지 인공적인 치장과 멋을 극혐 하면서 이런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그녀의 삶을 닮은 공간을 원했었다.  가식이란 찾아볼 수 없는 소박함, 일상의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어본 그녀는 깨끗하고 여유 있고 편안해 보였으며 워라벨의 발란스가 잘 잡힌 '조화로운' 여성이었다.  



 우린 그녀를 닮은 셀린느를 공간적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견고하고 심플한 구조에서 오는 우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하기로 했다. 군더더기 없는 직선, 혹은 순수한 형태의 구조물을 사용하였으며 넘치지 않는, 최소한으로 구현되는 조화로움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힘을 뺀, 완성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멋을 표현하려니 모든 벽이 다 근사한 마감재로 뒤덮일 필요도, 휘황 찬란한 디테일로 장식을 하지 않아도 됐다.  철거가 미쳐 끝나지 않은 회벽을 그냥 두기도 하고 식물과 러그들을 을 여기저기 배치하여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끌어 냈다. 그리하여 상업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는 언니의 거실 같은 편안한 공간을 만들었다.  빈틈없이 꽉 짜인 공간이 아닌,  힘을 뺀 여유가 느껴지는 단순한 공간.  정형화된 건축과 대조되는 유기적 느낌의 자연스러운 분위기,  복잡한 사회의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는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냈다.



안타깝게도 셀린느는 2019년 하이디 슬리먼으로 집주인이 바뀌면서 예전의 셀린느와는 완벽히 다른 노선을 걷게 되었다. 적당한 천고에서 오던 편안함은 웅장함에 압도되는 천고로, 손때가 느껴지는 나지막한 자연 대리석 진열대는 특대 사이즈의 번쩍이는 인공조명 진열대로 바뀌었다.  자연스러움과는 완전 상반된 극적인 효과를 위해 비현실적인 오브제와 과부하된 비율로 가득 찬 공간은 조화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과거 셀린느가 여성의 부드러움, 센슈얼 리즘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꾀했다면 슬리먼의 셀린느는 인공적으로 꾸며진 영화 세트처럼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오는 스릴과 과함, 임팩트 위주의 세팅들로 부조화스러움과 부담스러움을 일부러 보라는 듯 조장하는 듯하다.



내가 참여한 피비의 셀린느가 하나씩 그의 집으로 바뀌어 가는 걸 보면 안타깝다.  비단 셀린느뿐만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인공이 아닌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공간은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다.  

삶의 많은 것들이 인공적인 효과 위주, 보여주기, 뽐내기식 장치로 탈바꿈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수많은 팝업 공간은 임팩트와 이슈화 되길 원하며 더 신속하게, 더 드라마틱한 결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 사회에서 편안한 조화에 무게를 둔 공간은 설 자리가 없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삶도 닮아 있는 것 같다. 복잡하게 너무도 빠르게 돌아가는 이 시대는 우리에게 '여유롭게,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라는 덕목은 허락되지 않는 듯하다. 언젠가 나도 소박하면서도 멋스럽게 주변과 순응하며 흘러가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다.  어쩌면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연스러운 나를 포용하며 꾸미지 않는 조화로움을 사랑할 줄 아는 태도가 아닐까?  균형감을 잃지 않는 상태에서의 변화와 통일을 이룬 셀린느 공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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