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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비울수록 아름답다는 말

뉴욕의 집들 서울의 집들

수년간 집 공사들을 하며 깨달은 건, 집 본연의 아름다움은 비워 낼 때 더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빈 공간은 눈과 마음을 쉬게 만들어 준다. 집이 쉼의 공간이 되려면 채우는 인테리어가 아닌 비우는 인테리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나는 오랜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가질수록 포기가 힘든 건 채워 넣을 것들이 많은 가진 자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 인 것 같기도 하다.



뉴욕엔 정말 부자들이 많다. 센트럴 파크 주변엔 억만장자들의 거리가 있는데 이곳은  200억이 넘는 팬트하우스들이 즐비한 세계의 부자들, 그들만의 아지트이다. 실명 공개를 하진 못하지만 이름만 대면 알법한 F1 팀을 소유한 캐나다 억만장자 딸의 아파트를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적이 있다.  뉴욕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내가 이 가족의 전임 실내장식가를 도와 디자인에서 시공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작업이었다.  이 실내 장식가는 파리에서 레지덴셜계의 신으로 알려진 디자이너로써 내가 건축 회사를 다니던 시절 친분으로 나를 호출했고 그는 전반적인 장식을 나는 건축을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27살 딸의 첫인상은 나이에 비해 성숙한 느낌이었다. 내가 맡은 실내 건축은 매우 심플하고 모던하게 담백한 스타일로 마감되었다.  과하지 않은 여유가 느껴지는, 주인을 기다리는 공간이었다.  건축이 끝날 무렵 파리 디자이너는 공간을 장식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모든 벽마다 몇억짜리 그림을 공수하여 걸고 방구석구석 소품과 진열품이 채워졌다.  그들 한번 동행했을 때 우리는 바니스 뉴욕 백화점 10분 둘러보는 동안 5000 만원 상당의 물건을 사 해치울 정도였으니 그 값어치와 양은 어마어마했다. 그림 같은 집은 



모든 공사를 끝내고 마침내 그녀가 입성하는 날. 집안을 쭉 둘러본 그녀는 마음에 안 드는 듯한 표장을 지으며 말했다.  이런 소품들이나 벽에 걸린 치장 같은 예술품들을 싹 다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너무 꽉 차 있는 답답한  느낌도 싫고 답답함에 모든 걸 치웠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설치 3일 만에 모든 소품 및 진열품, 미술품을 철수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어야만 했다. 일을 마친 후 파리에서 날아온 그 장식가는 내게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일반적으로 자기가 억만장자들, 그들의 자식들의 집을 디자인할 땐 화병 하나까지 꾸며주는 게 일상적이라며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뉴욕을 떠났다.



그의 입장에서는 듣기 불편하겠지만 물건들이 거의 빠져나간 공간을 보며 나 또한 숨통이 트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순수한 공간을 원한다는 그녀의 반응이 수긍이 되었다.  집을 기분 좋은 집은 오감이 아닌 육감에서 오는 법.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집은 늘 여백이 많은 곳이었다. 여백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시각적 무게, 시각적 소음이 사라진 이 순수한 공간이 훨씬 더 여유롭고 자유롭게 느껴졌다. 멋진 집은 주인을 닮는다고 하던가?  앞으로 그녀가 채워나갈 그녀만의 공간이 기대되었다.  자신의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작고 자신만의 소소한 것들을 모으고 진열하며  얻는 즐거움을 느끼길 빌며 프로젝트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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