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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연봉의 황금수갑과 맞바꾼 것

'Be a BADASS !' [베드에스가 되어라]

미국인들은 어미에 '-Ass' [엉덩이]를 붙인 단어를  즐겨 쓴다. Sweetass 하면 귀염둥이, 

Cheapass 하면 쫌생이, Jackass는 미친놈을 뜻하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Ass' [엉덩이]는  Badass [베드 에스]이다.

배드에스[Badass] 란 미국 slang (속어)로써 상남자, 간지녀를 뜻한다. 거칠고, 자유분방하며, 스스로의 가치관과 욕망에 충실하며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든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뒤끝 없는 대인배의 성품으로 순하고 자상하지만, 수가 틀리면 제 성격이 나오는 캐릭터를 말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에 뒷받침하는 ‘최고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단어는 미국에 살 당시 내가 가장 듣기 좋아한 찬사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나를 최고라고 칭찬받는 건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최고라는 의미보다 내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밀고 가는 깡이 있는 사람이라 평가받은 게 나에겐 더 기분 좋았다.



어릴 적부터 나에겐 해외로 뻗어나가 나만의 성공한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거울을 보며 짧은 영어로 “Hi, my name is YooJoung, I am designer."를 되새기던 작은 소녀는 18년이 지나 어느 정도 꿈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 철부지 유학생 신분으로 시작된 나의 외국 생활은 뉴욕과 파리, 그리고 런던을 거쳐 서른 중반이라는 나이에 연봉 3억을 받는 최고의 건축회사 이사직까지 올랐고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다고 하는 뉴욕과 런던 한복판에 집을 살정도의 금전적인 성공을 거며 쥐었다. 명성 있는 다양한 국적의 클라이언트들을 상대하였고 몇십 명의 팀원들을 이끌고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의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한 달에 반이상이 대륙을 넘나드는 출장일 정도로 파란만장한 삶의 연속이었다. 해외에서도 디자이너로써 연봉 3억은 남들이 부러워하기에 충분하다. 금융이나 법조인이 아닌 일반 회사원으로써 그것도 월급이 짜기로 유명한 디자인계에서 초봉 3천으로 시작한 외국인이 이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밖으로 비치는 뉴욕, 런던, 파리에서의 나의 삶은 화려한 드라마 같은 커리어 우먼의 삶이었다.  회사에서 보내준 기사 딸린 차를 타고 런던 공항에 도착, 여유롭게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스위스 출장을 떠나곤 했다. 주말엔 파리 회사 동료들과 샴페인을 부딪히며 오프닝 파티를 즐겼으며  어떤 날은 모스크바에 날아가 건장한 파란 눈 백인남자들에 둘러 쌓여 케비아를 떠먹는 그런 일상들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실상은 전쟁의 연속이었다. 40시간 동안 뜬 눈으로 지새운 야근에 속옷도 못 챙겨 갈 정도로 정신없이 떠나는 출장이었으며 오프닝 파티에 참가하기 위해  팀원 간 피 말리는 사내 정치싸움에 고분고투 해야 했다. 러시아 공사 현장에선 나이 어린 한국 여자라고 대놓고 무시하는 장신 백인들 앞에서 기죽지 않으려 더 강인한 정신력과 실력으로 무장 태세를 잃지 않아야만 했다.  밖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여유롭고 고귀한 시간들 보다는 과소평가되거나 불평등에 좌절하는 순간이 더 많았고, 나 홀로 느끼는 무력함과 나약함에 몰래 흐느껴 운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그런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았기에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서울에서 대학 교수로 강의를 나가고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크고 작은 강연을 하면서 커리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혹은 취업이라는 큰 관문을 앞두고 고민하고 멘토링을 요청하는 젊은이들을 적지 않게 보았다. 요즘 MZ세대들은 힘든 근로소득을 지향하지 않는 다지만 그들 중에도 힘들더라도 넓은 세상에 나아가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꿈을 위해 도전을 선택하는 열정의 한국인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증거임에 나는 기분이 좋았다.  이 책은 언어, 나이, 성별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꿈을 위해 해외 취업을 도전하는, 외국이 아니더라도 커리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아 성취와 보람, 남다른 결실이 가져다주는 행복까지 챙기고 싶은 예비 사회인 및 직장인들을 위한 실무 어드바이스이며 동기부여를 일으키고자 하는 책이다. 오랜 시간 세계적인 에이젼시/대기업들에 몸담으며 글로벌한 브랜드들을 상대로 다양한 국적의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며 배운 다국적 시각, 각기 다른 환경 및 직위에서 다른 배경의 동료, 문화들을 겪으며 맞닥뜨린 성장 일기가 나와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무 딱딱하지 않은, 그저 매를 먼저 맞은 언니가 주는 독설 정도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난 아직도 수년째 매일 아침을 큰 글씨로 'You Rock'이라고 쓰여있는 커피 머그로 하루를 시작한다.  외국 생활을 하며 의기소침해 있을 수 있는 내게 오늘도 새 하루가 밝았으니 용기를 내고 힘차게 보내라는 자기 최면 메시지가 되어준 고마운 컵이다. '나를 믿는 배짱, 내가 제일 잘 나가' 이런 태도가 결국 베드 에스를 탄생시키는 데 강력한 자아 최면이 되었고 도움이 되었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신념, 거기에 한국인에게 디폴트로 장착된 성향들 깡, 근성과 집요한 목표의식과 실력이 만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게 바로 베드에스가 되는 공식이라고 믿는다.  끝으로 베드에스의 에티튜드를 잘 설명해 주는  인용구로 글을 마친다.


“Be a pineapple: Stand tall, wear a crown, and be sweet on the inside”

파인애플이 되세요, 우뚝 서고, 왕관을 쓰고,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스위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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