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내 하루를 열던 건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적당히 뜨거운 커피 한 모금과 초콜릿 한 조각이다. 나의 하루의 행복은 거기서 시작된다. 가끔은 빵과 함께 시작하곤 했는데 한동안은 카야토스트에 빠졌다.
토스트기에 곡물 식빵 한쪽을 넣어 2분 57초로 시간을 맞추고 식빵이 구워지고 있는 동안 카야잼 25g을 계량해 놓아둔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가로15cm, 세로 5cm로 잘라 소분해 둔 앵커무염버터 두 조각을 꺼낸다. 조금만 기다리면, 곧 토스트기에서 바삭하게 구워진 식빵이 튀어 오른다. 여기서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식빵은 가로세로가 아닌 반듯하게 눞혀서 얇게, 그리고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야 한다. 이때 긴 빵 칼을 사용하면 좋다.
고르게 잘 갈랐다면, 한쪽에 카야쨈을 얇게 펴 바르고 버터 두 쪽을 나란히 올린 후, 그 위에 다른 한쪽을 얹는다. 그리고 가로로 컷팅하여 예쁜 접시에 잘린 버터 단면이 잘 보이도록 두 쪽을 겹쳐 플레이팅 한다. 이어서 일리프란시스Y3.3에 클라시코룽고 캡슐을 넣어 진한 크레마의 아메리카노를 한 잔 뽑는다. 마지막으로 적당한 두께의 책을 꺼낸다.
자,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카야토스트와 커피를 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파 모서리에 편안하게 앉아 책은 무릎 위에 올려 둔 채, 토스트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자. 그리고 커피 한 모금을 적당히 입안으로 흘려보내면...!
*주의: 홀짝거리는 거 아님
두껍게 들어간 버터가 뜨거운 커피로 입안 가득 물이 되어 흐를 때, 버터의 달달한 느끼함과 커피의 쓴 맛, 차가움과 뜨거움이 뒤섞여 마침내 뇌가 깨어나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은 왠지 기분 좋은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다. (책 한 페이지 채 다 읽기도 전에 토스트는 자취를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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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랬었다.
요즘은 큰일을 치른 아이를 씻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의 옹알옹알 소리를 들으며 안 떠지는 눈을 간신히 뜨곤 아이를 들어 안으면, 쌉싸름한 커피 향 대신 풍겨오는 구수함이 좀 많이 강렬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푹 자고 일어나 말끔하게 깬 아이가 잠이 덜 깬 나를 확실하게 깨우는 방법이다.
샤워 핸들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나를 보며 배시기 웃는 아이와 눈이 마주치면, 마음이 따스해지면서 오늘 하루도 기분 좋은 날이 될 것 같다.
물론, 낮잠을 길~~~게 자주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