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안녕, 슈퍼마리오! 스톡홀름

스웨덴-60대 부부 여행기

by 나무


*2024.06.04.(화)

오슬로에서 3일 밤을 보내는 동안 결국 노을은 만나지 못했다. 내게 노을은 언제고 경이로운 것이었다. 작정한 것보다 불현듯 만나는 노을이 좋았다. 저녁밥을 짓다가 창밖의 붉은 기운에 이끌려 내다본 하늘에서 만난 노을은 마음에 균열을 내곤 했다. 강렬하고 짙은 진분홍 노을은 지붕마다 물들이고 온통 창마다 스미어 사방 어디로 달아나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아득한 기분이 들곤 했다. 뭉크에게 노을은 자연을 관통해 들려오는 비명이었다면 내겐 마음의 둑에 투둑 실금이 가며 함께 물드는 순간이었다.


가방을 꾸려 스톡홀름으로 이동하기 위해 중앙역으로 왔다. 원하는 시간대에는 직행 열차가 없어 버스로 칼스타드까지 가서 그곳에서 기차로 환승해야 한다. 스톡홀름까지는 6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어제 중앙역 앞에서 비겔란공원을 포기한 후 예약해 둔 교통편이나 확인하자며 중앙역에 들렀었다. 건너편에 중앙역 못지않은 큰 버스터미널이 있어 당연히 그곳에서 버스가 출발하겠거니 했는데 확인해 보니 예상과 다르게 버스는 선로들이 놓여 있는 기차 승강장 옆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하마터면 아침 댓바람부터 가방을 끌고 이리저리 헤맬 뻔했다.



버스 출발 전 중앙역 화장실에 들렀더니 한 중년 여성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화장실 사용료에 대한 항의 같았는데 그녀는 관리자가 빤히 보는 앞에서 돈을 낸 만큼 쓰겠다고 작정한 듯 세면대에서 발을 씻고 물을 끼얹었다. 북유럽 물가 비싼 거야 유명하지만 오슬로 중앙역 화장실 사용료 20 크로네(약 2,600원)는 좀 너무하다 싶긴 했다. 하긴 플롬에서 잠시 여행 가방을 락커에 넣을 때 이용료가 약 21,0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역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점심으로 먹을 피자와 샌드위치를 포장해 들고 있다가 버스 짐칸에 여행 가방을 싣는 남편을 거들어 주려다 그만 들고 있던 피자를 놓쳤고 피자는 상자가 열리며 보기 좋게 바닥으로 철퍼덕 떨어져 버렸다. 아오~



오전 11시 13분에 출발한 버스는 오슬로를 벗어나 비산비야 같은 야트막한 언덕과 수많은 물길을 지나갔다. 그리고 2시간여를 달려 칼스타드역에서 멈췄다. 칼스타드역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로 아담하고 소박했다.


칼스타드 기차역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화장실 이슈가 만만찮게 발생한다. 칼스타드역 화장실은 남녀화장실이 하나씩만 있는 데다 그나마도 하나는 사용불가라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었다. 화장실 사용료는 10 크로네(약 1,300원). 맨 앞에 섰던 사람이 사용료를 결제 후 들어가려는데 문이 갑자기 열리지 않았다. 줄을 섰던 사람 몇 명이 도와 힘겹게 문을 열었고 다음 사람도 같은 문제로 애를 먹자 그 이후부터는 바통 터치를 하듯 나오는 사람이 다음 사람에게 문이 열린 채로 인계했고 서로서로 그렇게 배려(?)를 하며 모두 무사히! 무료로! 화장실 사용을 마쳤다는 얘기. 갑분 원팀이 되어 팀플을 훌륭하게 해낸 느낌이랄까. 웃참의 순간이었다.

기차 티켓을 일찍 예매한 덕에 1등석을 할인가격으로 사 두었었다. 칼스타드 역에서 탄 기차에는 차와 과일, 간단한 쿠키 등이 비치되어 있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차를 렌트해 다니기도 하지만 운전의 피로도도 만만치 않으니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 부부에겐 투떰즈업!


1등석에 있는 커피와 티
스톡홀름 중앙역

오후 5시를 지나 기차는 스톡홀름 중앙역에 도착했고, 중앙역에서 바로 지하철을 이용해 숙소가 있는 Thorildsplan역으로 이동했다. 스톡홀름 지하철에는 특색 있는 역이 3개가 있다고 가이드북은 적고 있었는데 마침 숙소가 있는 역이 그중 하나인 토릴드스플란 역이었다. 역에 내리니 익숙한 이미지가 눈에 들어왔다. 와우~ 슈퍼마리오! 어디선가 슈퍼마리오 BGM이 들려올 것 같은 분위기. 전자음이 들리는 80년대 오락실로 다이빙한 기분이랄까. 이거 너무 귀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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