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좌표는 낯선 바닷가. 코펜하겐

스웨덴.덴마크-60대 부부 여행기

by 나무

*2024.06.07.(금)


염두에 없던 풍경이었다.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지하철로 15분 정도 떨어진 바닷가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히 장을 봐서 이른 저녁을 먹은 시간이 오후 5시. 소화도 시킬 겸 바닷가를 걸어 보자고 나선 길이었다. 숙소가 있는 마을에는 타운하우스 같은 낮은 층의 집들이 많았고 아름다운 정원으로 둘러싸인 집들도 보였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막 서핑을 끝낸 대여섯 명의 서퍼가 서핑도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기온은 13도를 가리켰다. 바다와 평행으로 나 있는 좁은 도로 위를 바람이 쓸고 지나갔다.



바다를 향해 드문드문 들어선 식당들은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는지 기척이 없었다. 도로 끝에 있는 식당 앞 야외 테이블에서 홀로 식사 중이던 남성은 테이블 위의 물건들이 바람에 날아갈까 봐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람은 오히려 바다 가까이 다가서자 잦아드는 듯했다.


구글맵을 열어 위치를 확인했다. 아마게르 해변 공원 위로 좌표가 찍혔다. 검색을 해보니 아마게르 해변 공원은 코펜하겐에서 가장 매력적인 해안 휴양지 중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2박 3일 짧은 일정이라 도시를 인아웃하기 좋은 위치로 선택한 숙소였는데 의도치 않게 해안 휴양지에 머물게 될 줄은 몰랐다.



바다는 텅 비어 있었다. 지금은 철 지난 바다의 쓸쓸한 정취를 담고 있지만 머지않아 여름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다채로운 빛깔로 갈아입을 터였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사구가 보였다. 육지와 사구 사이에는 호수처럼 바닷물이 들어와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면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다리를 이용해 사구 쪽으로 건너갔다. 한 계절 인기로 반짝였을 사구 쪽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는 굳게 닫혀 있었다.

외레순 다리

사구에 서서 먼바다를 바라보았다. 멀리 스웨덴과 덴마크를 연결하는 외레순 다리가 수평선 위에 신기루처럼 걸려 있었다. 오늘 오전 10시 21분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코펜하겐으로 오는 기차에 올라 저 외레순 다리를 건너 오늘 오후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기차나 차로 여러 번 국경을 지나 봤지만 일정 거리에서 국경을 직관하는 느낌은 미세하게 달랐다.



사구에 뿌리를 내린 풀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사구 위로 건초 같은 풀들이 일렁였다. 쓸쓸하고 적막한 풍경이 마음을 쓸었다. 서울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늘 물결처럼 고민들이 왔다가 멀어지는 일상에서 물리적 거리로 떨어져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여행은 온전히 '지금 여기'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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