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긴 긴 백야속으로. 탈린

덴마크.에스토니아-60대 부부 여행기

by 나무

*2024.06.09.(일)


몇 년 전 북유럽을 염두에 두었을 때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도 함께 다녀오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코로나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으랴. 전쟁이나 내전, 혹은 팬데믹 같은 위험요인들이 있다면 길을 나서기 망설여진다. 위험을 감수하겠다면 모르지만 목숨을 담보하면서까지 여행을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밤 비가 내리더니 아침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깨끗했다. 오늘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으로 들어가는 날. 여행 계획을 짤 때만 해도 없던 탈린을 가기로 한 것은, 탈린이 코앞인데 하루라도 짬을 내서 다녀오라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나서였다. 이미 인아웃 항공권을 결제한 이후였기 때문에 짜 놓은 일정을 쪼개 2박 3일 탈린에 머물기로 했다.


숙소에서 코펜하겐 카스트럽 국제공항까지는 지하철로 세 정거장. 도시의 이동 경로가 대체로 심플하고 역에는 엘리베이터도 직관적으로 설치되어 있어 이용하기에 편리했다. 도시가 작고 인구도 적은 데다 복지예산 빵빵한 나라의 매력이 이런 것이겠지. 사람 중심의 도시설계랄까.



출국 수속을 마치고 일찌감치 보안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을 먹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탈린과는 1시간 시차도 있어 간단히 요기를 하기로 했다. 마침 국민 빵집 라케에후세가 보안구역 안에 들어와 있어 샌드위치 두 개와 아메리카노 두 개를 결제했는데 한화로 5만 2천 원. 쿨럭! 암튼 물가 장난 아님.


탈린으로 가는 항공기는 좌석이 2-2인 귀여운 사이즈. 발트해를 가로질러 항공기는 1시간 30분 만에 에스토니아 탈린 공항에 내렸다. 공항에서 탈린 시내까지는 버스로 10분 정도. 그래서인지 공항버스는 따로 없는 듯했다.


탈린의 첫인상은 뭐랄까. 다소 오래되어 보이는 빌딩들과 옛 건물들이 툭툭 별다른 특징 없이 도로를 따라 있었고 일요일의 도심은 한산했다.



올드타운 바로 앞에 있는 숙소에 체크인을 해 놓고 슬슬 동네(올드타운) 산책을 하고 마트에 들러 장을 보기로 했다. 이동하는 날에는 가능하면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낸다.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인 올드타운에 들어서니 제법 사람들이 보였다. 버스킹도 간간이 있었고 올드타운 중심인 라에코야 광장에는 10대들로 보이는 청소년들의 힙합 버스킹이 한창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응원하는 모습이 훈훈해 보였다.


광장에서 보이는 골목들은 꽤 아기자기하고 예뻤는데 문득 독일 로텐부르크가 연상되기도 했다.



해가 저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흑야가 계속되는 겨울에는 우울증 환자가 급증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니 이 아름다운 계절을 충분히 즐기며 밝은 기운이 몸속 곳곳에 스며들게 해야 할 것이다.


저녁이 되었는데도 태양은 꼼짝 않고 머리 위에 있었다. 남편과 올드타운에 있는 펍에 들러 긴긴 백야의 시간 속에 우리도 잠시 머물기로 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