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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l 08. 2024

2. 아무튼, 도착 그리고 반 고흐

      '쫄지않고 뚜벅뚜벅'-60대 부부의 세계 여행기


  우여곡절 끝에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했다.

30분이면 족한 거리를 근 2시간을 돌아온 셈이다.

긴 여행을 마쳤을 때의 피로감과 유사한 피로가 느껴졌다.      


  암스테르담에는 수많은 운하가 있는데 지도를 놓고 보면 중앙역을 중심으로 6개의 운하가 부채꼴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6개의 운하가 있는 지역을 커넬존이라고 하는데 이곳에 숙소를 정하면 웬만한 주요 건물과 명소가 도보로 가능하고 중앙역과도 가까워 인근 도시로의 이동도 수월하다. 사악한 숙박비에도 커넬존에 숙소를 잡은 이유다.      

  호텔에 도착하니 12시 조금 넘은 시간이라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바로 체크인을 해줬다. 룸에 들어가 화장실을 여는 순간 빵 터졌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라 네덜란드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거울이 어찌나 높게 붙어 있던지 결국 체크아웃할 때까지 얼굴은커녕 정수리도 한번 비춰보지 못했다.


  우선 카드부터 살려놓고 들어올 때 본 베이커리와 마트에서 카드사용이 되는지 확인도 할 겸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음료를 구입했다. 카드가 살아나니 피로가 한 번에 사라지는 매직.

  호텔을 나와 운하를 따라 걸었다. 예약해 둔 반 고흐 뮤지엄 입장 시간이 오후 2시 30분, 걸어서 10분 정도면 뮤지엄에 도착할 것이다. 운하를 끼고 아름드리나무와 초록의 잔디가 5월의 싱그러움을 한껏 품고 있었다. 잔디에 누워 햇살을 즐기는 반라의 사람들 사이로 나른하고 잔잔한 평화가 흘렀다.     

  반고흐 뮤지엄은 넓은 광장을 끼고 있었다. 여행을 준비하며 읽었던 고흐는 시종 불안했지만 뜨거웠다. 연민과 꿈이 뒤엉키고 열정과 나약함이 상존했지만 자신에게 총을 겨누기 직전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고흐였다. 반 고흐 뮤지엄의 수많은 작품 속 거침없는 그의 붓질에서 자신만만한 고흐를 읽었다. 차마 오래도록 눈 맞춤을 할 수 없었던 자화상의 불안한 눈빛 뒤로 뜨거웠던 고흐가 보였다. 그래서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고 불행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뮤지엄을 나와 광장에 서니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광장을 지나는 바람처럼 훌훌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을 고흐와 영혼의 동반자 동생 테오를 생각했다.     

  20분 정도를 걸어 알버르트 카위프 거리에 있는 전통시장을 찾았는데 한창 파장 시간이었다. 벨기에에 벨기에 와플이 있다면 네덜란드에는 스트롭와플이 있다. 나는 오리지널을, 남편은 좋아하는 초콜릿을 토핑 했는데 깜짝 놀랄 만큼 달았다. 와플을 먹으며 걷는데 갑자기 먼지바람이 일더니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로는 자전거로 퇴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이런 비 정도는 별스럽지 않은 듯 페달을 았다. 처마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한국대사관에서 문자가 날아왔다. 자전거 교통사고가 빈번하니 주의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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