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Jul 10. 2024

3. 이 냄새가 대마초라고요?

     '쫄지않고 뚜벅뚜벅'-60대 부부의 세계 여행기


  수년 전 미사 중에 신부님은 그림 하나를 스크린에 띄우고 강론을 이어가셨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였는데 자세하고 명료한 해석 덕분인지 렘브란트의 작품을 찬찬하고 깊게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꽤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한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빛과 어둠의 대비를 작품에 녹여낸 화가를 꼽으라면 먼저 카라바조를 떠올리게 되지만 렘브란트 역시 빛의 작가로 바로크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였다. 그에 걸맞게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의 주인공은 단연 렘브란트였다. 특히 그의 대표작 ‘야경’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두고 있었다.  

야경-렘브란트

  연이은 어린 자식들의 죽음과 서른 살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내. 그래서였는지 하나 남은 아들 티투스를 그린 작품에서 유독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아들의 단명도 예견했던 걸까. 창백한 얼굴이 아프게 다가왔다. 티투스는 임신한 아내를 두고 27살에 페스트로 세상을 떠났다.       

수도복을 입은 티투스 초상-렘브란트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은 베르메르의 작품이었는데, 특히 그의 작품 ‘델프트 거리’를 보고 있으면 아련함 혹은 그리움 같은 것들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윤슬처럼 반짝였다. 다정한 눈길이 내려앉은 곳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주는 위로를 아니까.           

델프트거리-베르메르
우유를 따르는 여인/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베르메르

  마침 프란스 할스의 특별전도 있었다.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평범한 사람들의 웃는 모습을 즐겨 담은 할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빙그레 따라 웃게 .      

즐거운 술꾼/북 치는 남자-프란스 할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10개 중 하나가 있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섰다가  아우라에 압도되는 듯했다. 잠시 시간의 문을 통과해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같았다.      

국립박물관 연구도서관

  호텔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관람하느라 지친 다리를 쉬었다. 오전까지 맑았던 하늘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호텔을 나오니 중앙역 방향으로 암스테르담의 랜드마크인 뮌트탑이 멀리 보였다. 구름이 내려앉은 운하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7개의 물길이 만나는 길목에뮌트탑이 있고 그 앞 운하에는 수상가옥형태로 싱얼꽃시장이 있었다. 화려하고 다종다양한 튤립이 가득할 것을 상상했는데 꽃이 아니라 꽃씨와 구근, 그리고 드라이플라워로 가득했다. 튤립 상상은 야무진 꿈이었거나 시즌이 아니었거나.          

암스테르담 운하
멀리 보이는 탑이 뮌트탑
싱얼꽃시장

  뮌트탑 주변 번화한 거리에 렘브란트 공원이 있어 찾아갔다. 개성 넘치는 페인팅이 된 트램들이 지나고 밤이면 활기로 가득할 펍들이 있는 거리에 렘브란트 공원과 동상이  있었다. 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렘브란트의 집도 있어 구교회로 가는 길에 둘러가기로 했다. 렘브란트의 집으로 향하다 운하 옆에 독특한 동상이 있어서 보니 스피노자 기념비였다. 스피노자는 알았어도 그가 네덜란드 사람인 것은 그제야 알았다.     

렘브란트 동상

  미술관으로 운영 중인 렘브란트의 집을 지나 구교회를 가려고 방향을 잡고 걷다가 붉은 네온사인이 많은 거리를 지나게 됐고 순간 홍등가가 있는 거리로 들어섰다는 것을 알았다. 홍등가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있는 듯했는데 눈길을 두기가 쉽지 않아 서둘러 거리를 벗어났다.


  오후 내내 도심을 걸으며 맡았던 풀잎을 태운 듯한 냄새가 대마초라는 것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홍등가에는 대마초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제야 암스테르담이 대마가 합법인 네덜란드의 몇 개 도시 중 하나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운하 건너가 홍등가다

  홍등가와 좁은 운하를 사이에 두고 13세기에 지어진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오래된 구교회가 있었다. 티켓을 사려니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알려주며 한국을 아냐고 물으니 모른다는 대답. 모른다고 하니 은근 섭섭했는데 남편은 BTS는? 삼성은? 이러면서 계속 물어볼 기세라 등을 밀어 교회 안으로 들어섰다. 흐렸던 하늘에서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구교회
구교회 내부와 파이프 오르간

  구교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목조 천장이 몹시 인상적이고 아름다웠다. 18세기에 만들어진 바로크양식의 파이프오르간은 지금도 좋은 소리를 갖고 있어 종종 콘서트도 한다고 했다. 관람객도 몇 안 되는 데다 모두 소리도 없이 움직이고 있어 넓은 교회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듯했다.     

네덜란드 왕궁과 담광장

  구교회 인근에 있는 다락방교회도 보고 싶었으나 비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가며 한기가 몰려왔다.  방향을 바꿔 담광장 쪽으로 걸었다. 신발도 비에 젖어 질척거리니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했다.

네덜란드왕궁 앞 담광장은 비가 내려서 인지 한산했다. 서둘러 인근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2. 아무튼, 도착 그리고 반 고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