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사람 엘리샤>

커다란 1

by NoA

아파트 우편함은 텅텅 비었다.

오늘로 일주일째다.


구겨진 성적표를 세 번째 서랍에 밀어넣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했다.

저녁 밥은 먹다 남은 점심 도시락.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머리를 쥐어 뜯었다.

짧아서 잘 잡히지도 않는다.


가방을 챙기는데 주변이 시끄럽다.

놀이터 아이들의 웃음소리.

창문을 열고 밥 먹으라고 외치는 아줌마.

차들이 주차하는 소리.

이어폰의 볼륨을 높이고 발을 재촉했다.


“내 주제에 무슨… 학원이나 갑시다아~”




열흘째 아침이 밝았다.

소냐는 어제도 바빴나보다.


엄마는 어제부터 제사 준비로 분주하다.

나가려는데, 엄마가 도시락을 건네며 말했다.

“오늘 할아버지 제사니까 빨리 들어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집을 나섰다.



제사가 있는 날은 짜증난다.

친척들 때문에 집에서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오르막길, 유난히 힘들다.

숨 한 번에 한 발짝.

느리게 도착한 아파트.



입구를 지나던 순간, 눈을 깜빡였다.

저 하얀 물체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



가까이 다가가 찬찬히 살펴보았다.


‘편지?!’


편지다.

우리 집 우체통에 편지 한 통이 꽂혀 있다!

재빠르게 꺼내든 편지.

손바닥으로 가리고 있는,

받는 사람의 이름을 먼저 확인.




“노아”

좋아!


후~크게 심호흡.


보내는 사람.

“엘리샤”


어?

아, 맞다!


재빨리 가방을 열어 생물 교과서 중간에 끼워 넣고,

황급히 계단을 올랐다.


엘리베이터보다 이게 더 빠르다.


집에 도착하니 아직 손님들은 안 오셨다.

큰 소리로 “다녀왔습니다!”라고 외쳤다.

부엌에 계시던 엄마가 “어? 그래~”라고 답하신다.


우다다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잠그고 생물 교과서를 꺼냈다.




편지 봉투의 프리지아.

꽃향기도 느껴진다.

필통에서 칼과 자를 꺼냈다.

조심히 편지지를 갈랐다.

단정한 글씨, 눈이 부시다.



“노아에게

안녕. 편하게 노아라고 불러도 괜찮지?

내가 한 살 많지만 나도 중2니까,

앞으로 서로 편하게 반말로 해줬으면 좋겠어.”



시작부터 몸과 마음이 녹아 내린다.

그녀의 생일, 친구가 깜짝 이벤트로 펜팔 신청을 대신 했다고 한다.

편지가 너무 많이 와서 즐거운 한편,

부담이 된다는 말도 있다.

부모님에게 혼나기도 했다기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편지를 받고 하루 종일 네가 신경이 쓰였어.

신기하게도 학교에 가서도, 집에 와서도 자꾸 네 편지 생각이 났거든.”



첫 번째는 스누피. 편지 봉투다.

두 번째는 내 취미. 영화 추천이다.



“영화는 많이 보지 못했지만,

네가 추천해 준 영화는 재미있을 것 같아.

앞으로도 많이 추천해 줬으면 좋겠어.”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했던 거짓말인데, 큰일이다.


일단은 성공이다.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게,

편한 시간에 답장해 달라는 마지막 인사.


빠뜨린 부분은 없는지 또 읽어 보았다.

괜히 편지지를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가슴에 안아 보기도 하고.


“아들~ 아파트 입구에 큰아빠 오셨대. 가서 모셔 와~”


엄마의 부름에 부랴 부랴 방을 정리했다.

중요한 물건들은 책상 서랍에 넣은 후 자물쇠를 채웠다.

물론 편지도 함께.




친척들로 붐비는 집.

손은 제기를 닦는데, 머리는 엘리샤 생각뿐이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다,

히끅 히끅 딸꾹질이 나온다.


나를 바라보는 큰엄마에게 미소로 화답하고,

찬물을 한 잔 들이켰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열심히 표정 관리.


하지만, 쉽지 않네.




새벽 1시가 넘어 마무리 된 제사.

드디어 나 혼자다.

자물쇠를 열고 다시 꺼내든 편지.

어디선가 쿵쾅 쿵쾅 소리가 들린다.


‘야 심장. 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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