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대충 씻고 학교로 향했다.
아침 햇살은 따갑고, 버스엔 빈자리가 없다.
수업 시간에 졸다 걸린 탓에 엉덩이가 따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나온다.
쉬는 시간 엎드려 쉬는데,
짝꿍이 어디 아프냐 묻는다.
“제사였어. 우리 집.”
“아~”
‘니 덕에 나도 솔로 탈출!’이라고 말할까 하다,
입술을 깨물었다.
겨우 편지 한 통 받은 주제에 무슨…
8통 중 답장 한 통이라니.
죽어서까지 비밀이다.
드디어 하교.
아트박스를 거쳐, 삼복서점으로 직행.
취미 코너를 찾았다.
‘어디… 영화… 영화소개라…’
눈에 띄는 영화평론 책을 하나.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레옹? 킬러 영화가 아니라, 사랑영화라고?’
‘중경삼림? 성룡이나 이연걸이 아닌 홍콩영화라니?’
오호라?
맨바닥에 앉아 연습장을 꺼내 배껴썼다.
답장이 늦으면 다른 펜팔친구가 생길 수도?
게다가, 그녀의 편지를 빨리 받아보고 싶어!
내 생각에는 합리적인 결론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두 번째 편지를 작성했다.
연습장을 참고서 삼으니, 만족스럽다.
닷새 후, 엘리샤에게 받은 답장.
내가 추천해준 영화를 재미있게 봤단다.
다행이다.
즉시 답장을 보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에 대해 썼다.
엘리샤의 답장.
“015B 알아? 너도 한 번 들어봐.
노래 진짜 좋아.”
그렇게 답장에 답장.
할 말이 마르지 않는다.
오글거리고 유치한 말도 서슴없다.
신기하다.
계절이 지나 벌써 겨울이다.
얼마 전 준비한 편지 상자를 열었다.
편지들을 다시 줄세워 숫자를 세어보니,
오늘 받은 편지가 28번이다.
“앗!”
지갑에서 첫 번째 편지를 빼다가, 찢어질 뻔 했다.
자세히 보니 접힌 부분이 해졌다.
코팅이라도 해야 하나…
거실에서 듣기 싫은 노래가 들린다.
막내 누나가 전축을 틀었나.
‘그… 언제더라?’
상자에서 찾아낸 13번 편지.
“난 다 좋아. 내 방에 서태지 오빠 사인 포스터도 있어.
난 서태지 오빠 한 번 만나 보는 게 소원이야~”
이래서 내가 서태지를 싫어한다.